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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사장 동행 취재기] 취업난은 딴나라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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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직원은 부리는 것이 아니라 모셔와야=18일 오전 대전기능대에 내려가 1차 면접을 본 3명이 회사를 찾았다. 최종 면접을 위해서다. 그런데 19일까지 회사에 나올지 연락을 주겠다던 이들은 23일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 崔사장은 "늘 있던 일"이라며 "우리 같은 회사에서 사람 구하기는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매달 채용전쟁을 벌인다. 1월에는 5명 입사에 8명 퇴사, 3월도 3명 입사에 5명 퇴사, 7월엔 4명이 입사하고 7명이 퇴사했다. 현재 회사 인력은 1백20명. 생산직이 75명이고 나머지는 관리직이다.

생산인력 가운데는 조선족.우즈베키스탄인 등 외국인 근로자가 19명이고 병역특례인원이 12명이다. 3년 정도 일해야 기계 한대를 믿고 맡길 수 있는데 이렇듯 인력의 드나듦이 심하다 보니 초보자들을 데리고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崔사장은 "더럽고 어렵고 힘들다는 3D업종으로 인력 구하기가 어렵다"며 "병역특례 인원 배정을 늘려주고 외국인 인력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는 생산인력의 절반 정도를 외국인 근로자와 병역특례 요원으로 충당하기를 희망했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부부가 있었는데 아이들 맡길 곳이 없어 결국 포기한 경우도 있다"며 "육아시설 등이 인근에 많이 생기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문제에 대해 崔사장은 "조선족.외국인 근로자들이 1천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한국에 와 일하고 있는데 정부는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현재 야근과 특근 등을 자주하는 이들에게 주는 비용은 월 1백20만~1백40만원으로 적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주5일 근무제도 부담 커=현재 崔사장은 2년 전 다쳐 그만둔 한 직원에게서 소송을 당한 상태다. 崔사장은 "산재는 산재 처리로 끝나고 대표 개인에 대한 소송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잘 모르지만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에 따른 부담도 적지 않다. 직원들이 받는 급여의 10% 정도가 뒤에 숨은 비용이다. 특히 현재 급여대비 9%로 절반인 4.5%를 회사가 부담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요율이 매년 높아진다는 소식은 회사로서 큰 부담이다. 요율이 오르는 만큼 회사 부담이 함께 늘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자금 사정에 대해 崔사장은 "중소기업이야 기본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운 편"이라며 "다행히 납품처가 모두 대기업이기에 제때에 어음이 나오고 대출받을 수 있는 여력도 꽤 남아 있어 크게 어렵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있는 대출도 기술신용보증기금 등의 장기대출이고 7~9월 줄어든 매출의 타격이 지금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크게 어렵지 않다.

이 업체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해서도 걱정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아니지만 결국은 주5일 근무제로 갈 것이고 그에 소요되는 야근.특근수당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들어 결국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BMC 한 직원은 "대기업 직원들도 일하기 힘들어 파업하겠지만 납기를 맞추기 위해 야근.특근을 다반사로 하고 월급도 적은 우리가 보기에는 호강에 겨운 소리"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대기업들이 연말에 수천억원씩 성과를 낸다고 자랑하지만 그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염태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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