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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청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좀 괜찮은 곳이다 소문나면 어느 틈엔가 인공의 때가 스쳐 찾는 이를 아쉽게 만드는 요즘, 화려하지는 않지만 티없이 소박한 풍경과 인심을 간직하고있는 곳이 있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하는 은은한 분위기로 시작하는 노래『칠갑산』으로 유명해진 칠갑산을 안고 있는 충남 청양은 이름만큼이나 푸르고 깨끗해 공해에 찌든 도시인들이 어머니 품 같은 안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 고장은 또한 신비의 영약으로 불리는 구기자의 대표적 집산지로도 유명해 여행객들은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풀어줄 보약까지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잡는 셈이다. 서울에서 하루코스로 그리 만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청양이 가까워질수록 현란하게 펼쳐지는 코스모스 길을 내닫다 보면 여정이 오히려 짧게 느껴질 만 하다.
◇구기자=진시황이 찾던 불로초가 바로 구기자였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올 만큼 약효를 인정받고 있다. 구기자는 콜레스테롤의 흡수를 억제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고혈압·당뇨병·위장병 등 성인병에 특히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양땅은 예부터 볕 좋고 배수가 잘돼 구기자 재배지로는 천혜의 조건을 타고났다. 청양은 전국 구기자 생산량의 83%를 차지하는 최대·최고의 생산지로 꼽힌다.
청양 구기자는 운곡면을 중심으로 칠갑산 주위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모두 1천8백여 가구가 연간 4백60t 가량을 수확한다. 수확은 8월부터 12월까지 하는데 이맘때 나온 것이 열매가 굵고 색깔도 좋아 최상품으로 인정받는다. 올해도 결실이 좋지만 일손이 없어 비싼 외지인력을 사다 써야 하는 게 고민이라고 운곡농협의 최태환 조합장은 전한다. 이곳 구기자는 대개 청양읍내에서 2일, 7일에 열리는 5일장에 출하되는데 제철인 요즘은 전국 각지의 한약상들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룬다. 여행객들이 요즘 5일장이 설 때 들르면 6백g 한근에 9천8백, 1만5백원에 최고품을 살 수 있다. 운곡농협에서는 건조·가공한 포장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3백g 들이가 8천원, 6백g 들이는 1만3천원을 받는다. 포장구기자는 운곡면 농협공판장이나 읍내에 있는 농협지소·지부에 가면 갓 출하된 제품을 구할 수 있다.
◇도립공원 칠갑산=「충남의 알프스」로 통하는 칠갑산(해발 5백61m)은 처음 보면 얼핏 밋밋한 산으로 보일 법하다. 칠갑산은 그처럼 그럴싸한 암벽 하나 없고 산세도 완만하지만 수려하고 풍성한 숲이 푸근한 맛을 준다. 개발의 손길도 별로 미치지 않아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삼림욕을 즐기기에는 제격이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오르는데 1시간 반이면 넉넉하다.
절묘한 굴곡을 이루고 있는 지천구곡, 계곡에 광활하게 펼쳐지는 천장호, 신라 문성왕(850년)때 세워졌다는 천년고사 장곡사, 한 여름에도 얼음장같은 차가움을 자랑하는 까치내 등 볼만한 곳이 의외로 많다. 민박하는 집이 많지 않아 1박 하려는 사람은 읍내 여관을 이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교통편=청양가는 길은 말 그대로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다. 경부고속도로 천안에서 빠져 21번 국도로 온양을 거치고 620번지방도로 가는 방법과 천안 또는 대전에서 공주를 거쳐 36번 국도를 타는 방법이 있는데 어느 길이나 길 양쪽에 수십㎞에 걸쳐 탐스럽게 만개한 코스모스의 유혹이 어지러울 지경이다. 서울에서 3시간∼3시간반 정도 거리. 특히 36번 국도는 최근 노면을 말끔히 새로 단장한데다 구절양장 대치고개의 장관을 즐길 수 있어 꼭 한번 타보는 것이 좋다. 직행버스는 강남시외버스터미널에서 아침 7시38분부터 저녁 6시47분까지 하루 36회 있다. 요금은 3천9백90원.<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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