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곧 할텐데...노후 설계 빠를수록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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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나라에서 노후 인구는 가정이나 사회에 부담을 주는 계층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젊은층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HSBC그룹이 영국 옥스포드 대학과 함께 전 세계 21개국의 40~70대 2만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은퇴의 미래3’ 설문조사에서는 새로운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은퇴자(노후인구)들은, 비록 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지만 자원봉사 활동 등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 수십억 달러 어치의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고령자’로만 인식돼 온 70대가 인생의 황금기에 해당되는‘새로운 50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 가족에 대한 헌신적 지원 성향
▶경제적 지원 =
한국인들은 은퇴 후에도 가족들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하는 성향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 대비 응답자 비율로 볼 때 세계 평균은 60대가 38%, 70대는 30%였다. 반면 한국의 경우 60대가 83%, 70대는 64%나 됐다. 이같은 수치는 같은 아시아권의 일본(60대 17%, 70대 9%) 이나 홍콩(60대 20%, 70대 11%) 보다도 월등히 높은 것이다.  
▶비경제적 지원 = 은퇴 후“가족들을 보살피고 가사를 지원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세계 평균이 60대 30%, 70대는 21%였다.
그러나 한국은 60대가 73%,70대는 65%로 나타나 가족에 대해 경제적 측면에서는 물론 비경제적인 면에서도 가장 지원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같은 아시아권에서도 일본 (60대 14%, 70대 7%), 홍콩 (60대 14%, 70대14%), 싱가폴 (60대 19%, 70대 20%) 등은 우리나라보다 크게 낮았다.
한국인들이 가진 강력한 가족관계와 책임감이 어우러져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 사회에 대한 기여부분이 선진국보다 낮다
전체 응답자 중 약 3분의 1은 현재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거나 과거에 한 경험이 있었다. 또 이들 중 50% 이상은“주 당 반나절 이상을 자원 봉사에 할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60대의 21%, 70대의 16%만 자원봉사를 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해 아직 선진국과는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 가능한 한 오래 활동하기를 원하는 한국인
“언제쯤 완전히 은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국인의 경우 전체의 75% (40~70대 평균)가“여건이 허락하는 한 살아있을 때까지 일을 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선진국은 물론 세계 평균(46%)보다도 크게 높은 수치다.
하지만 한국에서 50대 이후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평균 33% (50대 55%, 60대 33%, 70대 12%)에 불과,희망과 현실 사이에 괴리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삶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부족한 한국인
선진국 노인들은 삶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삶은 기회의 보고(寶庫)’라는 인식에 대해 덴마크의 경우 60대의 80%가 수긍했다.
반면 한국의 60대는 수긍한 비율이 37%에 불과했다.“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는 인식에 대해서도 프랑스 70대의 60%, 덴마크 60대의 75%가 수긍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60대는 53%,70대의 46%만 수긍했다.  

◇ 개인 스스로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한국인들
"노인에 대한 재정지원을 누가 해야 하느냐"란 질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응답자 비율은 ▶개인 14% ▶가족 38% ▶정부 46%로 나타났다.(40~70대 평균)
그러나 당위성과 실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60대와 70대에게 본인 노후의 가장 주요한 수입원을 물은 결과 4점 만점에 ▶본인 3.5점 ▶가족 3.1점 ▶ 정부 2.2점 ▶회사 1.2점 순으로 응답했다. 결국 한국인들은 개인 스스로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총괄한 영국 옥스포드대학 사라 하퍼 교수(노후연구소장)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 세계 60~70대 노인들이 그들이 속한 지역과 가족 ,그리고 세계 경제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의 시사점= 한국인들은 은퇴 후에도 가족들에 대한 경제ㆍ비경제적 지원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본인의 노후 준비에 소홀,가족에게 부담이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개개인은 체계적인 준비를 통해 보다 안정되고 활기차게 노후를 맞을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결국 우리니라 사람들이 노후에 선진국민 수준으로 높은 ‘삶의 질’을 누리려면 미리 앞당겨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의 일생에서 노후는‘제 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최준호 기자[choijh@joongang.co.kr]
자료제공·문의=HSBC(1588-1770/www.kr.hsbc.com)

※은퇴의 미래: 21세기 이후 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최대의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HSBC은행은 은퇴 및 고령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시키기 위해 2005년부터 ‘은퇴의 미래(The Future of Retirement)’란 프로젝트를 만들어 매년 1회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2005년에는 미국ㆍ영국ㆍ인도ㆍ홍콩ㆍ일본ㆍ브라질 등 10 개국에서 18~65세 일반인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은퇴에 대한 소망, 꿈, 우선 순위, 열망, 두려움 등에 대해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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