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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집권하면 대한 관계 어떨까(미 대선 카운트다운: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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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시장 개방·방위비 분담 압력 가속/생소한 인맥… 공화보다 「불편」할듯
미 대통령선거에 대한 한국정부의 관심은 다른나라 정부에 비해 유달리 높다.
한편 미 후보들로서도 70년대 당시 지미 카터민주당후보가 주한미군 철수,한국의 인권문제 등을 선거이슈로 내놓을 정도로 한국문제는 중요한 관심사였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빌 클린턴민주당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선거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지난 80년 로널드 레이건대통령 등장 이후 12년동안 공화당 정권하고만 상대해 왔기 때문에 인맥으로나 경험으로나 민주당은 생소하다는 감을 떨칠 수 없다.
한국은 민주당 정권과의 인연에서 별로 유쾌한 기억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인권문제·박동선사건·주한미군 철수 등 한국정부에 상처를 안긴 사건이 모두 민주당 정권하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미국은 일단 정권이 바뀌면 행정부의 차관보 이상 정무직은 모두 바뀌게 돼있다. 이렇게 새로 바뀌는 자리가 대략 3천자리가 된다.
만일 클린턴이 당선된다면 한국은 국무부·국방부·재무부·상무부·무역대표부 등에 새로 등장할 수뇌부와 새로운 관계를 갖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에서 민주당 집권시 닥칠 사태에 대한 불안이 없지 않지만 고위직 인사들이 교체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사실 정책상 한국이 우려할 일은 별로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제는 세월이 달라져 한국의 민주화 문제·인권문제가 더 이상 미국의 외교정책으로 거론될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주둔문제만 해도 공화당이나 민주당 모두 주둔을 지지한다는 정책을 발표해 놓고 있어 안보공약에도 별문제 없어 보인다.
이번 선거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주요 사안으로 부각되지 않고 국내 경제문제 등이 핵심을 이루고 있어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양 후보 입에서 단 한마디의 거론이 없는 상황이며 실제 관심도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민주당은 역시 공화당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방비와 해외주둔군 감축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것으로 보여 주한미군 감축속도가 좀더 빨라질 수도 있고 한국측 방위비 분담에 대한 압력도 높아질 수 있다.
미­북한 관계도 공화당은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강한 입장이나 민주당이 들어설 경우,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돌파구 마련을 위해 북한에 유연한 제의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에서 클린턴은 좀 더 보호주의 무역쪽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 노조와 연계된 클린턴은 국내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시장개방에 더 인색하게 될 것이며 그의 지지가 동북부의 자동차·철강공업 지대와 남부의 경공업 지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의 주종 수출상품에 대한 규제가 심해질수도 있다.
특히 한국시장 개방에 대한 압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시장개방을 안하는 나라에 보복조치를 할 수 있는 슈퍼301조의 확대적용을 주장해온 입장이어서 우리의 경우 농산물 등 시장개방에 대한 압력을 더 받을 수 있는 소지가 높다.
민주당은 공화당에 비해 전반적으로 고립주의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여 한국을 포함,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는 공화당 정권보다는 불편한 상대다.
이런 점에서 우리 정부나 정당은 미리미리 민주당의 핵심인사들과 유대를 강화시켜 왔어야 했으나 12년간의 타성으로 기회를 못잡았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한국도 본격적인 선거철에 접어들어 어느 누구도 나설 여력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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