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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대북한정책 공동보조/노 대통령 방중 무엇을 남겼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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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협력 강조 안보부담 덜어/경협문호 “활짝”… 「과거청산」 미흡
노태우대통령은 이번 중국공식방문을 통해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새질서창조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것은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촉진하는 보다 뚜렷한 기반이 형성된다는 것을 함축하는 것이다.
양국은 실질관계측면에서도 당초의 예상보다 진전된 경협확대·교류증진원칙에 합의해 상호 관계증진을 도모할 수 있는 새로운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같은 성과는 서로의 정세분석 및 공존공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거의 일치된데서 이루어졌다.
특히 한중양국이 북한정책에서 상호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입장을 비교적 솔직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완전 포기한다면 대서방 관계정상화 지원은 물론 경제협조를 할 것이라는 노 대통령의 확고한 입장을 들은 중국측이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조기실현을 바란다고 화답했다. 우리측 희망사항이 수용된 것이다.
양상곤국가주석 등 중국지도층은 또 모든 문제의 남북당사자간 해결원칙을 강조함으로써 정세의 급변을 느끼고 있는 북한이 대화와 개방·개혁의 노력을 외면할 수 없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남북한·중국 3각경협기구가 머지않아 설치될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중양국의 이같은 화평무드는 우리의 안보부담을 상당히 덜게되었음을 뜻한다. 동북아 안보협력문제가 정상들간에서는 구체화되지는 않았으나 양측 고위관계자들간에는 내밀히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동북아국가 다자간 안보협력을 위한 대화모임이 곧 마련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노 대통령을 수행한 이필섭합참의장의 동정에 촉각을 세우며 한중군사협력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게 우리측 설명이다.
양 주석이 정상회담석상에서 역설한 「정치분야에서의 협력」이 관심을 모으는 까닭이다.
「정치협력」까지 강조되는 만큼 경제적 요인이 무엇보다 강하게 작용한 한중관계에서 양국간 경협의 급진전은 불보듯 훤해진다.
양 주석·강택민당총서기 등은 경협확대를 위해 한국측이 필요하다고 제기한 사안에 대해 긍정적·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하고 그간 난색을 표시해온 각료회의 정례화 등에 선뜻 동의했다.
중국측은 또 그간 미뤄온 이중과세방지협정,항공 및 해운협정 등의 조속한 체결을 약속했으며 에너지·전자·화학 등 23개분야에서 한국기업의 중국진출을 적극 지원키 위해 수출의무비율완화·직접투자 허용·세제혜택 등을 제시했다.
중국은 그동안 은행지점교환 및 확대설치를 3년이후로 미루자고 주장해 왔으나 이번에 태도를 바꿔 빠르면 금년내에 실현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지점망 확대 등을 논의키 위한 재무장관회담,출입국관리 협상을 위한 각료급회담 등 양국간 각료회의의 정례화는 인적·물적 교류를 자연스레 확대해 갈 전망이다.
이밖에 해저 광케이블설치공사,중국의 GATT가입,두만강 개발 등과 관련한 각급회담이 잇따를 것이다. 난항을 거듭해온 대륙붕경계·해양석유개발·어업협력문제 등의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민간차원의 경제협력도 이같은 우호적 분위기에 따라 급진전되고 있다. 삼성의 2억달러 규모 에틸렌 플랜트계약체결뿐만 아니라 삼성의 지하철 전동차판매(1억3천만달러 규모),항만하역설비(5천만달러)와 럭키금성의 화공플랜트(1억달러),에틸렌설비(4억달러) 등의 사업추진이 본격화 될 것 같다.
이미 자동차 에어컨플랜트를 계약한 대우나 화공플랜트를 건설키로한 대림 등 국내기업들의 추가상담이 쇄도,금년중 1백억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한중간 교역규모는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양국간 협의가 이처럼 급진전을 본 것은 「정치」에서의 합의가 도움이 됐으며 동시에 경제적 필요성이 「정치적」 합의를 가능케 하는 등 상승작용을 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6·25참전에 대한 중국의 명시적 과거청산의지를 얻어내려는 노력을 거의 보이지 않았고,또 중국측도 이에 아무런 의사표시도 하지 않은 점 등을 보면 한중양국관계의 한계성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이 북한을 의식해야 하는 측면뿐만 아니라 높은 자존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한중간의 경쟁적 측면보다는 상호보완적 측면을 강조하면서 경혐을 낙관하고 있으나 풍요한 문화유산,11억의 인구,방대한 자원,첨단기술을 축적한 상대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북경=김현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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