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연승비결 어디 있었나 |짧고 강하게…절묘한 끊어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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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롯데가 짧고 강한 스윙으로 플레이오프전 티킷을 따냈다.
야구선수들은 통상 9백30g∼9백60g, 84∼86cm의 방망이를 휘두른다. 둥근 공과 표면이 원통형인 방망이가 맞는 접점은 불과 3cm내외이며 시속 1백40km대의 속구를 맞추기란 움직이는 바늘에 실을 꿰는 것 만큼이나 힘들다.
따라서 공을 쉽게 맞추려면 짧게 잡는 방법이 제일 좋다.
가장 쉽게 볼을 맞추는 방법으로 번트가 선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롯데타자들은 김민호(김민호) 김응국(김응국) 등 장거리 타자를 제외한 선발타자 7명이 모두 배트를 5cm정도 짧게 잡고 홈플레이트 가까이 서서 상대투수와 정면대결을 시도했다.
투수의 입장에서 보면 힘있는 타자보다 바짝 웅크리고 스트라이크존을 좁히며 맞추려는 선수에게 볼을 던지기 곤란하다.
몸쪽에 던지자니 타자에게 맞을 것 같고 바깥쪽으로 승부를 걸어도 짧게 잡고 맞추어내는 데는 뛰어난 위닝셧을 지닌 투수라도 혼쭐이 나게 마련이다. 장타는 방망이 길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배트 스피드에 있는 것이다.
결국 롯데 타자들은 삼성타자들이 배트를 길게 잡고 속구투수인 박동희(박동희)의 볼을 무기력하게 휘두르는 것과 정반대로 매섭게 끊어쳐 김상엽(김상엽) 유명선(유명선) 이태일 (이태일) 등 삼성의 간판투수들을 차례로 두들겼다. 마운드에서 홈플레이트를 통과하는 직구의 시간이 불과 0·4∼0·5초인 점을 감안한다면 타자들이 방망이를 짧게 잡은 롯데가 삼성을 압도한 셈이다. 【대구=장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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