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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은 개발 「축하예금증서」/「실명제」역행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무기명으로 금액 상한 없어/뇌물·탈법 증여 등 악용소지
은행들이 앞다퉈 새 저축상품 개발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상품이 성격상 문제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미은행은 돌·입학·결혼·회갑 등 기념일에 축의금 대신 전달할 수 있는 「한미축하예금증서」를 개발,다음달 1일부터 취급한다고 26일 발표했다. 이는 1개월∼3년만기의 정기예금증서에 경우에 맞는 축하문구와 그림을 담아 통장이 아닌 증서로 상품권처럼 발행하는 것인데 최저 금액이 3만원이며 상한선이 없다.
은행측은 축하해야 할 날에 금반지·화환과 같은 선물이나 현금봉투를 건네는 것 보다는 이 증서를 선물하면 「미풍양속도 살리고 소비를 저축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으나 예상되는 문제점이 많다는게 금융계의 지적이다.
은행측은 이 증서를 일반예금과는 달리 가입자의 신분을 확인하지 않으며 날인도 필요 없이 무기명으로도 발급해주기로 했다. 이 증서를 받은 사람은 만기 때까지 기다려 현행 정기예금과 같은 이자와 원금을 찾아도 되지만,물론 그 전이라도 언제든지 낮은 이율을 감수하고 중도해지할 수 있다.
결국 이는 현행 규정상 불법인 「상품권」의 하나로도 볼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뇌물과 탈법증여의 새로운 수단으로 악용 될 수도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몇백만원·몇천만원짜리 거액증서를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확인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발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제일은행에서도 입학·결혼·회갑 등의 기념용으로 「평생저금통장」이란 저축을 작년부터 받고있는데 이는 가입금액 하한선이 없고 통장으로 돼있다.
금융실명제 실시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상품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축하의 정도에 맞게 금액의 상한선을 정하고 실명으로 가입하게 하는 등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금융계의 지적이다.
이 상품개발을 협의해준 한국은행은 한미은행측이 새 상품을 소개하면서 「가입금액이 3만원 이상으로 제한이 없다. 무기명도 가능하다」고 광고하자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광고문안을 고치게 하는 등 시정토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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