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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 한국 고전문학 전파 4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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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국 고전문학의 99%가 한문으로 돼 있는데 한문을 배우기 어려워 대개는 손쉬운 현대문학을 공부합니다. 내가 퇴임하면 미국에서 고전문학 강좌는 사라지게 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1960년부터 서양 세계에 한국 문학을 소개하고 '패관잡기' '용비어천가'와 향가, 고려가요 등 많은 고전 문학을 영어로 번역해온 이학수(78.미국명 피터 리.사진)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동아시아학과 교수가 이달말 은퇴한다. 현재 서양에서 유일한 한국 고전문학 교수인 그는 자신의 은퇴에 대한 아쉬움부터 토로했다. 그는 미국서 47년간 수많은 한국학 전공 제자를 양성해왔다. 이 교수는 1948년 미국으로 가 세인트 토머스대,예일대를 거쳤고 독일 루드비히 막시밀리안대 이탈리아 밀라노,페루자대,영국 옥스퍼드대 등에서 박사학위를 마쳤다. 59년 다시 미국 땅을 밟은 그는 컬럼비아대에 한국학 프로그램을 개설해 강단에 섰다. 교재라고는 전혀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밤새 교재를 쓰고 등사판을 밀어 강의를 했다. UCLA에서는 87년부터 강의를 하고 있다.

그는 '해동고승전'에 대한 최초의 비판적 주석을 단 번역본을 출간했고 한국 고전 및 현대문학 선집 번역본 11권을 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은퇴 후 계획에 대해 "학생들 가르치느라 바빠 읽지 못했던 책들을 읽고 글 쓰고 싶다"며 "못다닌 여행을 하고 음악회도 다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일 UCLA 로이스홀에서는 한국학연구소(소장 존 던컨) 주최로 피터 리 교수의 은퇴를 기념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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