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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집권할 것 생각하니 끔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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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 평가포럼’ 초청 특강에 앞서 환호하는 참석자들에게 손을 들어 진정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선거전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초청 강연에 연사로 등장한 그는 현직 대통령이 아닌 여당 대선 후보를 방불케 하는 발언을 4시간 넘게 쏟아냈다. 한나라당부터 민노당까지 공격 대상도 가리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먼저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해보니 끔찍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의 주요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두 사람에 대해서도 “공약에 별로 전략이 안 보이고, 공약이라 할 것도 없는 미사여구”라고 비판했다. 한반도 대운하와 열차 페리 등을 예로 들었다. 대운하에 대해선 “(민자로 안 돼 재정을 투자하면) 복지 예산을 줄여야 하는데, 줄일 데도 없다”고 했다. 열차 페리는 “제가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사업”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내홍을 부추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한나라당 내 양 진영에서 최근 이들 공약을 놓고 거센 내부 공방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정책을 놓고도 한나라당과 대선주자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하고 있는) 국정홍보처를 폐지하자는데, 국정홍보처가 불법을 했느냐”며 “차떼기하고 공천헌금 받은 정당도 문을 닫지는 않았다”고 했다.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도 “기자실 문제에 대해 원칙을 세워 한나라당과 각을 세워나가면 뭔가 의지가 있는 당으로 보이지 않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보수ㆍ진보에 대한 이분법도 잊지 않았다. “약자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게 보수고, 힘없는 사람의 연대ㆍ참여를 중시하는 것이 진보”라고 했다. “한나라당이 전략은 없어도 보수ㆍ수구 정체성은 뚜렷하다”고도 했다. 이번 대선도 보ㆍ혁 대결로 끌고가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범여권의 통합 논의에 대해선 “대통합은 외통수 전략이며 하지하책으로, 후보단일화와 같이 추진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다른 사람들은 과거의 인연이라도 있지만 손학규씨가 왜 여권이냐”는 것이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 영향력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선 깍듯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연속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민생과 복지는 국민의 정부, 그리고 참여정부의 정체성” “한국이 국제무대에 꿀리지 않는 당당한 일원으로 등장한 것은 국민의 정부 때부터”라고 했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진영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 전 시장 측 박형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다시 대선후보로 나설 셈인 것 같다”며 “국민이 대통령을 부끄러워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정두언 기획본부장도 “명백한 선거개입이지만 중단하라고 하면 오히려 더 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 한선교 대변인은 “지난 4년여보다 남은 시간이 국민에게 더욱 고통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재원 기획단장은 “범여권 내 주도권을 잡기 위해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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