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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SEC, 찌라시로 내부자거래 추적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호 05면

‘증권사 직원 버드의 책상 전화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는 두 번째 벨소리가 울리는 순간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간단한 인사 외에는 말 없이 듣고만 있다. 그는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거래소에 파견된 동료에게 전화를 걸어 ○○주를 매수하라고 주문한다.’

월스트리트저널도 뉴욕 월街 투자정보지서 변신한 것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월 스트리트’(1987년)의 한 장면이다. 극중 버드(찰리 신)의 전화 상대는 누구일까. 뉴욕 월가에서 각종 루머ㆍ정보를 수집해 파는 정보꾼(Runner)이다.

정보꾼은 월가에서 적잖은 수익을 올린다. 그들은 유명 금융회사, 큰손 등을 상대로 루머와 정보를 제공한다. 유명인의 스캔들에서 기업의 인수합병(M&A) 소문까지 꿀을 모으는 벌처럼 수집한다.

정보꾼의 고객은 다양하다. 투자자ㆍ금융가ㆍ기업인ㆍ정치인ㆍ언론인 등이 대표적이다. 정보지에 무료는 없다. 가격은 내용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대부분 미 기업들은 매입한 정보지와 고위 임원들이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얻은 정보, 직원들이 확보한 소문 등을 종합해 ‘사내메모(Internal Memo)’를 작성, 매일 고위 임원들에게 제공한다. 특히 대기업은 워싱턴의 ‘로비 거리’인 K스트리트에 현지 사무소를 두고 정ㆍ관계 동향을 직접 수집하기도 한다. 이때 자사가 후원금을 지원한 정치인 또는 그 보좌관, 계약 맺은 로비스트 등이 중요한 정보원이다.

미 증권감독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정보지와 사내메모 유통을 추적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거래를 잡아내고 있다. 정보지가 SEC의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월가의 정보지는 제도권 언론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세계적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저널을 설립한 찰스 다우는 투자정보지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는 1882년 투자정보지 ‘애프터눈 뉴스레터’를 창간했는데, 이게 3년 뒤 ‘월스트리트저널’로 이름을 바꿨다.

미 금융역사 『월스트리트 제국』의 지은이 존 스틸 고든은 “시장의 가격은 루머와 정보가 치열하게 상호작용한 결과”라며 “정보꾼들은 금융시장 정보유통 시스템에서 모세혈관과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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