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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본 21세기 첨단의학 | ″난치병과의 전쟁〃…암 정복 신기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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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가슴엔 인공심장을, 팔목엔 손목진찰기를 찬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각 병원은 암 예방백신을 맞으려는 건강한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그 중에는 90세 할머니가 환갑을 넘긴 딸과 손을 잡고 기다리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공상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이 같은 일들이 2000년대엔 첨단의학의 힘으로 실현된다. 「난치병과의 전쟁」 을 선전포고한 수많은 의학자들은 피를 말리는 노력 끝에 많은 난치병들로부터 항복을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인간에 대항하는 질병들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다. 20세기의 천형으로 불리는 에이즈 (후천성면역결핍증)는 기세를 더해가고 심장병·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은 노령인구를 공략하고 있다. 악성세포의 무한증식을 특징으로 하는 암도 그 특성만큼이나 많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뇌를 제외한 온갖 인공장기들이 만들어지고 병원은 인체부품 교환공장으로 변모할지도 모른다고 예측되는 21세기. 이때 인간은 어떤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을지 예측해본다.

<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때부터 계속돼온 암에 대한 연구는 갖가지 치료법을 개발해냈다. 수술·화학·방사선요법에다 면역요법까지 발전돼, 색출해낸 암세포를 집요하게 공략하는 현재의 암 치료는 조기 암일 경우 90%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미 다른 장기까지 암세포가 전이된 진행 암일 때 5년 생존율은 아직도 30%이상을 넘지 못하고있다·
따라서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에 의학자들은 자존심을 걸고 있다. 최근 들어 가장 기대를 모으고있는 치료법은 광화학요법. 암 세포에만 달라붙는 CpD (엽록소유도체) 라는 물질을 투여한 뒤 레이저 등을 쬐어 암세포를 죽이는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은 연세대의대 이원영 교수가 누에똥으로부터 CpD를 추출해냄으로써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으며 항원성이 다른 어떤 암이든 모두 치료된다는 엄청난 장점을 갖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이 미국의 한 연구소에 의뢰, 개발중인 이 물질은 머지않아 실용화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암의 정복이라는 인간의 소망은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예견이 의학자들 사이에서 서서히 개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의학자들의 욕심은 일단 발병한 암의 완전치료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보다 빨리 암을 진단해내는 일, 정상적인 세포가 어떤 과정을 거쳐 암세포로 변하는가 하는 발암기전을 밝히는 일이야말로 21세기 첨단의학이 도전하는 타깃이다.
최근의 유전공학과 분자생물학의 발전은 발암기전연구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어 2005년에는 세계에서, 2008년에는 우리 나라에서도 발암원인이 규명되리라는 의학자들의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발암기전의 규명은 암 예방백신 개발을 쉽게 해 암을 근원적으로 막는 일도 실현가능 할 것이라고 의학자들은 의욕에 차있다.

<에이즈>
인체의 면역체계를 망가뜨려 악성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무방비상태에 빠지게 하는 에이즈. 이에 관한 한 인간은 2000년대 초반에도 「승리의 연설문」 을 낭독하지 못 하리라는 게 현재의 전망이다 .
현재 전세계적으로 약l천만 명에 이르는 에이즈 감염자는 2000년에는 1억3천만 명 정도로 급증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AZT·DDI·DDC등 50여 가지의 치료약이 개발돼있지만 이들은 완치제가 되지 못한다는 명백한 한계를 갖고있다. 감염자의 환자로의 이행을 늦춰주고 환자의 면역기능을 개선해 생존기간을 좀더 연장해줄 뿐이다.
연세대의대 김준명 교수(혈액내과) 는 『최근 들어 연구자들이 이들 약제의 병행요법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있다』며 에이즈바이러스 증식에 결정적으로 필요한 효소의 방해인자와 AZT를 결합한 치료법이 에이즈치료에 획기적인 진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에이즈 예방백신개발은 아직은 빛이 보이지 않는 상태. 예방백신은 에이즈바이러스와 표면구조가 비슷한 인공단백질(백신)을 만들어 인체에 주사함으로써 근원적으로 발병을 막고자하는 것. 하지만 이는 돌연변이가 심한 에이즈바이러스의 속성 때문에 엄청난 연구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초반에도 개발가능성은 미지수로 남아있다.

<성인병>
심장병·당뇨법·고혈압 같은 성인병은 인구의 노령화와 함께 급격히 늘어나는 난치병들. 당뇨병의 경우 인슐린을 분비하는 마이크로캡슐의 개발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어 당뇨환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이 캡슐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를 체외에서 유전공학 적으로 대량으로 배양한 뒤, 이를 폴리메타크릴레이트라는 고분자소재로 미세 망을 씌운 것. 이를 당뇨병환자의 뱃속에 심어줌으로써 정상인과 같은 인슐린분비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도 연구중인데 이 같은 캡슐은 간이나 신경세포에도 똑같은 원리로 응용돼 간 질환자나 신경정신 질환자들에게도 복음을 던져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인공장기·기타>
각종 인공장기의 개발은 인간생명연장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의대 민병구 교수(의공학과) 가 개발중인 전기식완전이식형 인공심장은 크기나 모양이 원래의 심장과 거의 같아 가슴속에 감쪽같이 이식하고 다닐 수 있으리라는 전망. 민 교수는 2010년께 엔 이런 인공심장의 이식으로 5년 정도는 생명연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유전공학적 방법에 의해 대량생산된 각종 첨단의약품과 첨단장비·인공혈액 등 인공장기들은 인류를 괴롭히는 갖가지 질병들을 21세기에는 이 지구상에서 몰아낼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다만 이 시기엔 1백세 된 노인이 식물인간상태에서 10년씩 병상을 지키고 있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때가 되면 이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가 의학자들의 주요관심거리로 등장한다는 게 미래를 걱정하는 한 의학자의 예측이다.

< 문경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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