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김 「노심찾기」 노심초사/「9·18선언」 노­2김 이해득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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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조정력 강화… YS와 「내연」유지 가능성 노/단기손실… 홀로서기 성공하면 전화위복 YS/“생애 최대 호기” 판단… TK표 동요에 기대 DJ
노태우대통령의 민자당 탈당이 김영삼·김대중후보의 대선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와 노 대통령 자신에게는 어떤 이해득실이 있을지가 당면 관심사가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당적이탈,여당프리미엄의 포기로 단기적으로 가장 손해를 보는 사람은 김영삼민자당총재인듯 하다.
당장 박철언의원 등 일부 민정계 의원들의 탈당움직임이 있고 이종찬·정호용의원 등 친여 무소속의 신당창당 움직임은 범여권결속에 차질을 줄 수 있다. 또 중·하위직 공무원들이 여당편을 들지 않거나 눈치보는 현상이 나타날지 모른다.
게다가 노 대통령의 중립이 국정마비 또는 표류로 연결되면 악재의 여파는 고스란히 표로써 김 총재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노 대통령이 당에서 손을 뗌으로써 당운영비는 물론 선거자금에 차질을 겪게 되고 야당에 노­YS이간기회를 준것도 불리한 점이다.
김 총재가 노 대통령을 지나치게 깔본다는 인상을 준것이 대구·경북표를 흔들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식으로 모서리마다 흠집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대세의 흐름이 바뀔 수 있고 자칫 여권전체에 각자 자기 살길을 찾아나서는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김 총재에겐 가장 시급한 과제가 당내 동요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따라서 김 총재측은 김종필대표와 박태준최고위원,김윤환 이춘구 이한동 박준병의원 등 민정계 중진들을 총동원,내부단합에 나섰으며 극소수의 이탈이 있더라도 대세만 놓치지 않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오히려 김 총재측은 대통령의 탈당이 『뛰지는 않으면서 막연히 YS가 당선이야 되지 않겠나』라고 생각하던 방관적 여권세력에 위기감을 조성,새로운 단합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YS에게 비판적인 민정계와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정서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집권프리미엄 상실이라는 새로운 정치환경을 김 총재의 개혁이미지와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노 대통령의 지원없는 YS 홀로서기가 성공하면 당선은 물론 집권후 정통성강화의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결국 김 총재의 단기적 손실과 위기탈출 및 장기적 국면전환은 그 출발점이 당내 동요를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는 탈당이후 노 대통령의 태도도 민감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YS갈등이 깊고 악화되는 듯한 느낌을 주면 민정·공화계의 소외세력을 끌어안는 것이 그만큼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김 총재는 노 대통령과의 갈등관계를 최소화하고 신뢰구축을 위한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성공하면 당분간 이반세력이 생기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친여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고 반김대중 성향의 표를 끌어올 수 있으며 87년 대선에서 YS를 지지했던 표를 어느정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 김 총재측의 판단이다.
○…김대중대표는 「무소속 대통령」의 등장으로 인해 생애 최대의 정치적 호기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노 대통령과 YS의 관계를 차단하거나 무력화시키면 승리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DJ를 위험시하던 보수세력과 경계가 느슨해지고 YS의 준표밭인 대구·경북표가 흔들리면서 강원표가 정주영국민당대표에게 쏠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김대중대표에겐 일석이조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몰고 가자면 먼저 노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함은 물론이다.
노 대통령의 탈당발표후 김대중대표는 연일 화답하기에 정신이 없고 노 대통령도 은근히 맞장구치고 있다.
국회정상화에 이어 어쩌면 93년도 예산안심의과정에서 예년과는 달리 국방예산 및 추곡수매 등 미묘한 현안을 놓고 민자당못지 않게 보수성을 띨지도 모른다. 여기에 여권의 4분5열이 가미되면 DJ에게는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민자당이 내분하는 기회는 끊임없이 김대중대표의 표적이 될 것이다. 여권을 분열·약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대구·경북이나 중부권을 근거지로 한 신당출현도 YS보다는 DJ에게 손실이 훨씬 적을 것이다. 따라서 구태여 신당을 비난하거나 와해시킬 필요가 없다.
당선가능성이 올라가면 자금 유입도 한결 순조로워질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노심」에 있다. 노 대통령이 DJ에게 웃고 있지만 YS와 완전히 절연한 것이 아니라 「내연」의 관계를 유지한다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치게 된다. 이 경우 김 대표는 노 대통령과 YS의 위장중립과 부도덕성을 정면공격하게 되겠지만 주요 공격무기인 대통령 탈당과 중립내각구성 문제가 빠져 밀어붙이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것은 DJ로서는 최악의 상황이다.
어쨌든 DJ로서는 YS와의 격차를 좁히거나 역전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는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것이 당선을 보장하는 데까지 갈 것이냐에 선뜻 긍정하는 사람이 적다.
○…노 대통령은 탈당선언으로 여론의 호응은 물론 순식간에 정치권의 최대변수로 뛰어올랐다.
일단 당분간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3당의 추파를 즐길(?) 것으로 보인다.
YS에게는 적은 지원을 하고도 생색낼 수 있으며 민자·국민당의 호의로 정치적 조정력은 크게 강화됐다. 더구나 YS의 정치자금요구를 묵살할 수 있으며 민주·국민당과의 뒷거래로 퇴임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러나 집권당이 사라지면서 국정은 자칫 무정부상태로 빠질 위험성이 있다. 벌써 증권시장과 경제계가 흔들리고 있다. 민자당내에서 동요세력은 있지만 노 대통령에게 정치생명을 걸고 따라줄 사람은 거의 없다.
여권의 생리상 YS에게 완전히 등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잘못하면 탈당으로 얻은 인기는 거품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또 노 대통령이 김대중대표와 거래하는 것이 알려지면 의외로 민정계가 반발,YS중심으로 결속해 노 대통령은 여권에서 고립무원에 빠질 위험성도 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외견상 중립을 취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YS와 은밀한 관계를 재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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