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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꿈나무] 한밤 잘 때마다 쑥쑥 크면 … 어떻게 옮기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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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상상력은 창의력의 밑거름이다. 그래서 '상상력 자극'은 아이들 책의 큰 미덕으로 꼽힌다. 과거로 돌아가고, 미래로 넘어가고, 동물도 됐다, 요술도 부렸다 하는 판타지물이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책은 생활밀착형 소재로 상상력을 키우는 책이다. 잔잔한 생활동화와 황당한 판타지의 결합이랄까.

'아주 …'는 너무나 흔한 얘기다. 그림책 작가인 저자는 '쯔루마끼 유치원 활동 보고'를 기초로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쯔루마끼 유치원뿐 아니라 우리나라 대부분의 유치원에서도 있을 법한 일이다. 유치원에서 고구마 캐기 체험학습을 떠나기로 했다. 그런데 비가 왔다. "다음 주에 가기로 해요." 선생님은 담담하게 말하지만, 아이들의 실망은 크다. "얘들아, 있잖아. 고구마는 한 밤 자면 쑥 자라고 두 밤 자면 쑥쑥 자라고 세 밤 자면 쑤우욱 자라. 일곱 밤 자면 엄청 크게 자라서 우리를 기다릴 거야."

재미있는 상상은 이제부터 이어진다. 엄청나게 커? 얼마나? 아이들은 커다란 종이를 16장이나 이어붙여 고구마를 그린다. 어떻게 캐내지? 고구마 줄기에 모두들 매달려 줄다리기를 했다. 어떻게 옮길까? 버스는 안돼. 무거워서 못 달려. 헬리콥터 두 대가 동원됐다. 진흙투성이 고구마.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뽀드득 닦는다. 재미있게 놀아보자. 고구마가 공룡도 됐다 배도 됐다 신이 난다. 이젠 먹을 차례. 튀겨도 먹고, 구워도 먹고, 맛탕도 만들어 먹고. 잔뜩 먹었더니 배가 볼록볼록 빵빵해졌다. 방귀 뿌우웅. 하늘로 날아간다. 고구마 우주선 1호, 고구마 우주선 2호….

'노란 …' 역시 소재가 흔하기로 치자면 '아주 …'에 버금간다. 길에서 판촉용 풍선을 받았다. 아마도 빵집 앞에서였다. 날아가지 않게 손가락에 실을 묶었다. 집에 무사히 와서 풀어놨더니, 자꾸만 천장에 머리를 대는 노란 풍선. 엄마가 아이디어를 냈다. 실 끝에 숟가락을 매달았다. 이젠 떠 있으면서도 날아가지 않는다. 여기까지는 초등 1학년생 일기 만큼이나 사실적인 진행이다. 아이 키 높이에서 둥둥 떠다니는 풍선이 아이의 친구가 되는 뒷부분에서 상상의 나래는 활짝 펴진다. 풍선에게 마당의 꽃잎도 보여주고, 머리띠도 만들어주고, 소꿉놀이도 한다.

아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두 책의 공통점이다. 아이들의 속마음을 섬세하게 읽어내 그 희망을 행복하게 풀어놨다. 책을 읽는 아이들도 금세 책 속에 들어가 유쾌한 공상을 펼치며 주인공들과 함께 카타르시스를 느낄 게다. 단언컨대, 지금 유치원에 다니는 5~7세 정도 아이라면 공감 100%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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