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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굽이도는 고추장의 명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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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요즘 입맛이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아무래도 밥상에 고추장 한종지라도 있어야 밥맛이 당긴다.
전라북도 순창은 조선시대부터 고추장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곳이다.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를 만나러 이 지방에 왔다가 농가에서 우연히 고추장맛을 본 뒤 진상을 명했다는 이야기가 구전돼 올 정도로 순창고추장의 알싸한 감칠맛이 일품이다.
서울에서 전주를 거쳐 네시간 반은 족히 내려가야 하지만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아늑하게 자리잡은 순창은 군내에 강천산·회문산등 빼어난 산도 있어 가을철 산행코스로도 제격이다.
◇순창고추장=순창읍내로 들어서자마자 「임금님진상품 순창고추장」「원조순창고추장」 등의 간판을 붙인 고추장가게가 30여개정도 죽 늘어서 있다.
여기가 세칭 「고추장 골목」이라 불리는 곳. 80년대초만 해도 먹기 위해 가정에서 조금씩 담그던 것이 88고속도로가 생긴후 매스컴을 타면서 전업형태로 발전, 이젠 제법 상가모양을 갖추고 있다.
순창고추장이 여느 집에서 담근 것보다 맛과 빛깔이 뛰어난 이유는 우선 고추장 담그는 법이 특이하기 때문이다.
보통 고추장은 음력 10월에 메주를 쑤어 입춘이 되기전에 담그지만 순창에선 음력 7월 처서를 전후해 메주를 쑤어 미숫가루처럼 곱게 빻아 말렸다가 정월께 담근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 담그는 것은 유산균의 번식을 억제해 시큼 털털한 맛을 없애고 변질을 막기 위함이다.
고추장을 만드는 원료를 까다롭게 골라쓰는 것도 최고의 맛을 내게 된 비결이다. 고추는 반드시 잘고 매운맛이 더 나는 토종고추를 쓰며 일반 가정에서는 멥쌀가루·보리가루·밀가루를 넣어 고두밥을 만들기도 하지만 여기서는 찹쌀을 불려 고두밥을 찐 다음 묵은 재래간장으로 버무린다.
고추장가게에 가면 무·고들빼기· 마늘종· 깻잎·더덕등으로 만든 장아찌도 살 수 있다.
순창고추장은 맛이 있는 대신 값이 비싼편이지만 7, 8년전과 비교해 보면 별로 오르지 않았다.
가격은 고추장 1㎏에 8천원, 더덕장아찌 2만원, 더덕을 제외한 각종 장아찌가 1만2천원이다.
◇강천산과 회무산=순창읍에서 내장산쪽으로 20분쯤 달리면 팔덕면 청계리에 강천산 산행의 출발점인 강천호가 보인다. 강천호의 물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8㎞에 이르는 계곡이 시작된다.
계곡에 들어서면 양편에 강천산의 제3경이라는 투구봉· 병풍바위· 호두암이 버티고 서있고 신라 진성여왕때 도선국사가 창건했다는 강천사가 자리잡고 있다.
강천사에서 약수 한잔을 마시고 조금 오르다 보면 길이가 80m나 되는 현수교를 만나는데 계곡에 아찔하게 걸쳐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순창읍내에서 강천산까지 버스가 수시로 운행되고 있어 교통편은 좋으나 산밑에 특별한 숙박시설이 없기 때문에 자려면 민박을 하거나 읍내까지 나와야 한다.
회문산은 소설 『남부군의 무대로 유명해진 산. 빨찌산의 은거지답게 골짜기가 깊고 산림이 울창하다.
이 산에 가는 길은 구림면까지는 포장이 돼 있고 그 뒤는 비포장인데 원래 일본인들이 철도를 만들려다 중단하는 바람에 생긴 길이라 한다.
◇교통편=전주∼임실∼관촌을 거쳐 순창까지 가려면 서울에서 4시간30분, 전주에서 1시간가량 걸린다.
운암댐이 완공되면서 임실읍내를 들르지 않고 직접 순창에 이르는 2차선도로가 생겼는데 예전 도로에 비해 10분정도 시간이 절약되고 운암댐 호수를 구경하며 쉴 수도 있어 좋다. 대중교통편은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네 번 순창까지 고속버스가 운행된다. 요금은 6천9백원.
전주나 광주에서 직행버스편이 자주 있으므로 고속버스 차시간이 맞지 않을 때는 일단 전주까지 와서 순창행직행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정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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