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다가선 “남북 협력시대”/막 내린 8차 고위급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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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외교·경제난 타개 필요성 인식/핵·고향방문 문제 못풀어 아쉬움
8차 남북고위급회담이 당초 예상대로 남북간에 3개 분과위 부속합의서 채택·발효라는 결과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한중수교직후 첫 고위급회담이라는 점에서 북의 불쾌감이 합의서채택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리라는 견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전망대로 된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7차 고위급회담이후 계속됐던 분과위시대는 사실상 마감하고 화해·군사·경제·사회문화 등 5개 공동위시대가 본격 가동되게 됐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접촉은 공동위의 실무논의형태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공동위시대를 연 부속합의서 채택 및 발효는 무엇보다 남북관계가 아직 많은 갈등요인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과거의 갈등을 서서히 극복,실무논의·협력관계로 전환될 것이라는 기대를 주고있다.
또 한중수교라는 「단기적 악재」에도 불구,남북관계는 어느때보다 안정적 기반위에 가측적 경로를 따라 진행되리라는 기대도 일으킨다.
기본합의서 채택후 분과위 및 연락사무소구성·운영·부속합의서채택·공동위 가동으로 이어진 수순은 남북이 기본합의서 합의라는 틀을 앞으로도 유지하려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쉽게 낙관할 수 없는 요소도 산적해 있다.
화해부속합의서의 쟁점이 합의되지 못하고 분과위와 공동위에서 계속 논의키로해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공동위 가동에도 불구하고 『핵문제 해결없이 남북관계의 실질진전이 없다』는 우리측 입장이 여전해 공동위 가동을 본격 교류 전단계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부속합의서 채택에서 또 주목되는 점은 한중수교이후 불확실해보였던 북한의 대남정책이 「무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중수교에 대한 북한의 「불편한 심기」가 남북관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부속합의서가 채택된 것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필요성을 북한도 인정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부속합의서가 타결된데도 합의서 타결에 대한 우리측의 수요도 있지만 타결실패가 북에 줄 부담이 보다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부속합의서 타결실패가 북한이 외교·경제난 극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일수교·대미관계개선의 필요조건인 「남북관계개선」에 즉각 악영향을 미치리라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측의 대선과 정권교체를 앞두고 남북관계가 장시간 정체상태에 머무르게 하기보다 이번 회담에서 현안을 최대한 마무리지어주는 편이 유리하다는 계산을 했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아무튼 부속합의서 타결로 느린 속도이긴 하지만 공동위를 통해 가시적 결과물들이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졌다.
특히 경제부문에서는 남북모두의 이해가 걸려있어 경제공동위가 투자보장협정과 같은 경제협력기본틀 마련에 비중을 두겠지만 본격 투자에 앞선 시범차원에서의 경제협력사업도 언제라도 논의할 수 있게 됐다.
남포조사단과 같은 문제도 공동위 논의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같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핵문제와 이산가족문제에 조금도 진전을 보지못한 것은 끝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핵문제는 ▲군사기지사찰 ▲강제사찰문제에 대한 서로의 입장차이를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핵문제의 미해결은 공동위에서의 합의가 실천의 문제에 직면했을때 큰 장애물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다만 부속합의서 타결시 보인 북의 전향적 자세가 핵문제 해결에도 반영될 수 있어 19일의 핵통제공동위 회의결과가 주목된다. 이산가족 고향방문단문제는 이인모씨문제 외에도 구속된 방북인사의 노태우대통령 임기내 석방이 전제조건으로 등장해 더욱 풀기 어렵게 됐다.
요컨대 8차 고위급회담은 부속합의서 타결이라는 계기를 통해 정치적 갈등으로 점철됐던 남북관계를 「논의와 협력」의 관계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핵 및 이산가족문제 해결의 미진함 등에도 긍정적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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