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조선·철강·기계, 지금이라도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0면

코스피 지수 1700선 돌파에 다들 웃을 것 같지만 우는 이도 있다. 시장은 거침없이 오르는데 내가 산 종목은 낮은 포복 자세로 있거나 오히려 뒷걸음질친다. 원래 상대적 박탈감이 더 큰 법이다. 남이 몇 배를 벌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속 쓰리다. 이제라도 사자니 주가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오른 만큼 떨어질 확률도 높다. 대신 덜 오른 종목을 사려니 앞으로도 꿈쩍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그렇다고 가만있자니 호황의 열매를 나만 못 누릴 것 같다.

전문가들은 자산 중에서 주식 비중을 확대할 것을 한 목소리로 권했다. 단기 조정이 있을 순 있겠지만 장기 상승에 대해서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과 종목을 골라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철저한 양극화 = 최근 증시의 특징은 양극화다. 가는 종목만 더 간다. 돈을 잘 벌거나 돈이 많은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다. 산업 호황으로 이익 증가세가 뚜렷한 조선.철강.기계.해운 등은 연초 이후 100% 이상 급등한 종목이 수두룩하다. '가치주'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산주는 보유한 땅의 가치가 재평가를 받으며 주가가 오른다. 이도 저도 아니면 주가는 횡보한다. 연초보다 주가가 떨어진 곳도 많다. 전기전자(IT) 업종이 대표적이다.

양극화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전자로 대표된다. 현대중공업은 31일 전날보다 7.81%(2만3000원) 오른 3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이후 150%, 5월 달에만 30% 이상 올랐다. 지난달에만 31척의 배를 신규 수주하는 등 실적이 호조세를 보인 결과다.

반면 삼성전자는 연초 이후 약 13%, 5월에만 6.7% 하락했다. 거래소 시장의 4분의 1까지 차지했던 과거를 멀리하고 시총 비중은 9.34%로 쪼그라들었다. D램 가격이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데다 수익을 창출할 만한 신사업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주도주 vs 소외주 =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의 동반 강세 ▶넘치는 글로벌 유동성 ▶가시화되는 경기 회복세 등을 이유로 전문가들은 상승 추세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 한다. 그러나 양극화된 업종에 대한 투자 전략에서는 각자 다른 목소리를 낸다. 대체로 현재 조선.철강.기계 등 기존에 시장을 이끌어 왔던 주도주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중국 특수에 기댄 조선.기계.항공 등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단지 가격이 만만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단순 낙폭 과대주에 주목하는 것은 추세적인 상승장에서 가장 나쁜 선택"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도 "주도주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평가된 주도주보다는 덜 오른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있다. 한화증권은 기존 주도주는 일단 비중을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민상일 연구원은 "내수주.금융주에 관심을 가질 때"라며 "주도주의 경우엔 조정으로 가격 부담이 해소된 후에 관심을 가져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동양종금증도 IT와 금융업종에 대한 점진적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