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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 싸고 목사들 찬반격론/백여명 신학·법률적 근거 공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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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부유층」비난 없애는 길” 찬/“헌금은 대가가 아니다” 반
목사들은 과연 세금을 내지 않아도 좋은가.
정부의 「징세 검토」방침에 따라 그동안 논란이 되어온 주제를 놓고 기독교 지도자들이 격론을 벌였다.
개신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옥목사)는 14일 서울 역삼동 충현교회 선교관에서 일선교회 목사·신학자 1백여명이 모인 가운데 「목회자가 세금을 내는 것이 옳은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일부 대형교회의 월급제 목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종교지도자들이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는 현실을 놓고 찬반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마련된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측과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혹은 내지 않아야 한다)』는 측으로 나뉘어 신학적·법률적·사회적 근거를 들어가며 열띤 논쟁을 벌였다.
납세를 찬성하는 측이 주로 세금을 냄으로써 얻는 사회적 효과를 강조하는 반면 반대하는 측은 근로자가 아닌 영적 지도자로서의 목사가 가지는 고유한 성격을 내세웠다.
납세를 찬성하는 측의 토론자로 나선 김중은교수(장신대)는 『세금을 내는 것은 성직자의 특권화를 막고 보수적 교단이 정치에 관심을 높이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며 『납세가 곧 기독교적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손봉호교수(서울대)도 『월 수백만원의 수입을 올리며 세금 한푼 내지 않는 일부 부유층 목사에 대한 일반의 비난을 불식시키는 길은 바로 납세』라며 『납세로 교회의 발언권과 사회적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대측 토론자로 나선 이재정교수(성공회신학대)는 『헌금은 공동체적 나눔의 표시지 변호사나 의사의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대가지불과는 다른 성격의 것』이라며 『헌금으로 이루어지는 목사의 수입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성직의 특성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운대교회 한명수목사도 『성직자의 생활비는 곧바로 교회를 위한 활동비로 파악해야 한다』며 「종교단체의 기부금은 손익계산에 넣지 않는다」는 현행 세법의 규정을 바꾸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발제를 맡았던 초동교회 조향록목사는 『면세혜택을 받는 것이 과연 오늘날의 교회 위치에 도움을 주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기업의 손익비용 개념을 교회의 수입에 적용,생활비·선교비 등으로 적절히 나눠 합리적 세제를 마련 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해 적절한 납세를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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