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송고실' 운영비 언론사가 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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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천청사에 있는 제1 기사송고실(옛 기자실)은 등록된 기자만 250여 명이다.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농림부.공정거래위원회.통계청 등 5개 부처 브리핑이 이뤄지는 곳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기자들은 모두 매달 1만~5만원씩을 낸다. 이 돈으로 복사용지나 문구.음료수 등 모든 살림살이를 꾸려 나간다.

신문구독료와 청소비 등도 여기서 지급한다. 돈은 정책홍보관실(옛 공보관실) 소속 직원들이 맡아서 관리한다. 한 출입기자는 "기자들이 낸 돈으로 기자실을 운영하기는 빠듯하지만 정부가 지원해 주는 돈은 한푼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9일 국무회의에서 "많은 선진국에는 별도의 송고실이 없다"며 "한꺼번에 바뀌면 너무 불편할까봐 브리핑실 외에 송고실까지 제공한 것"이라고 했다.

마치 정부가 기자들에게 '시혜'를 베풀고 있다는 듯한 말이었다.

현실은 모든 언론사가 매달 돈을 내면서 송고실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송고실을 '제공받고' 있는 게 아니라 운영비를 내고 있는 것이다.

◆ "정부는 공간만 제공할 뿐"=과천 1 송고실에 기자들이 내는 돈은 매달 800만원 안팎이다. 상주기자 113명은 월 5만원, 비상주기자 60여 명은 월 3만원씩 회비를 낸다. 보도자료를 e-메일로 받는 기자 70여 명도 월 1만원씩 내고 있다. 각 언론사는 과천 1 송고실에만 1년에 1억원 가까운 '사용료'를 내고 있는 셈이다.

2003년 브리핑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기자들이 사용하는 유선전화기와 통신료도 각 언론사가 부담하고 있다. 정부는 공간과 책상.의자 등 기본 설비와 팩시밀리만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청와대 춘추관은 등록기자만 300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송고실이다. 이곳에서도 내신기자 198명은 1인당 월 5만원씩 낸다. 외신도 1개사당 연 20만원씩 사용료를 낸다. 한 달 걷히는 돈은 1075만원. 청와대도 공간과 기본 설비만 제공한다.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 있는 교육부 송고실도 마찬가지다. 133명의 기자가 출입하는 이곳은 언론사별로 매달 5만원씩 모두 150여만원을 거둬 송고실을 운영한다.

교육부는 상주기자가 53명인 데 비해 부스는 38개에 불과해 현안이 있을 때는 기자들이 앉을 자리조차 없을 정도로 지금도 환경이 열악하다. 한 출입기자는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만든 청와대와 국정홍보처 관계자들이 송고실의 실상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박신홍.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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