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 공방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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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방한 중인 엥흐바야르 몽골 대통령을 예방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나라당이 '한반도 대운하' 공방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는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이다. 광주의 29일 정책토론회를 기점으로 시작된 공방이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불길은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댕겼다. 박 전 대표 측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공개 질의 형식을 빌려 조목조목 파고들었다. 이들은 "이 전 시장이 자신을 CEO 대통령으로 홍보해 왔지만 경제 정책에 대해 아무런 콘텐트도 없었고 허황된 공약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먼저 "이 전 시장이 29일 '(경부 운하의) 물류는 전체 목적의 20%밖에 안 된다'고 했는데 이는 물류 운하가 관광 운하로 둔갑한 것으로 명백한 말 바꾸기"라고 공세를 폈다. 그는 이 전 시장이 1996년 대정부 질문에서 경부 운하를 주장한 것도 물류 비용 때문이었고 지난해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는데 이제 와서 다른 말을 한다고 했다.

유 의원은 이어 "육지를 뚫는 경인 운하엔 반대한다. 경부 운하는 강을 연결만 하면 된다"고 한 이 전 시장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경부 운하도 25㎞ 터널을 만드는 땅 파는 공사다. 또 시멘트 벽을 만드는 공사 없이는 공사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이혜훈 의원은 이 전 시장의 수질 대책을 꼬집었다. 그는 "운하를 건설하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이 전 시장의 주장에 대해 "독극물을 실어나르는 화물선이 전복하면 3000만 인구의 식수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몰아세웠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右)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 등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사무처 및 국회의원 보좌진 체육대회에 참석해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 전 시장 측도 물러서지 않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로 비방성 공세를 하는 건 공정 경선을 침해하고 토론회 자체의 효용을 없애는 행위"라며 "당 선관위에서 엄중히 경고해야 할 것"이라고 맞섰다.

이 전 시장의 정책 브레인인 고려대 곽승준(경제학과) 교수는 말 바꾸기 공세에 대해 "운하는 물류 비용을 감소시키고 대기 질을 개선한다. 내륙 도시는 항구 도시로 바뀌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목적이 있어 운하를 건설해야 한다는 뜻이었는데 말꼬투리를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승환 의원은 경부 운하의 땅 파기 논란에 대해 "한반도 운하의 전체 길이 540㎞ 중 40㎞만 새로 건설하고 나머지는 기존 하천을 활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식수 오염 우려와 관련, "상수원으로 물을 끌어다 쓰는 지역에서는 배가 다니는 길과 식수로를 분리하는 이중 수로 운하로 건설하기 때문에 식수원 오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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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측 "독극물 실은 배 뒤집힌다면 …" #이명박 측 "식수길·뱃길 분리 … 걱정 없어"

◆ 열린우리당도 파상공세=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5년 안에 경부 운하 본공사는 착공도 할 수 없는데 이 전 시장은 5년 안에 공사를 끝낼 수 있다는 헛공약을 반복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송영길 사무총장도 "경인 운하는 한강 하구와 포천 방수로 4㎞만 직선으로 연결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사업이지만 경부 운하는 선거공학적인 포퓰리즘의 극치로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호.남궁욱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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