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전으로 번진 한나라 정책토론회

중앙일보

입력

한나라당 대선후보 정책토론회가 장외전으로 번지고 있다. 다소 '싱거웠다'는 평가를 받은 29일 광주 토론회가 끝난 다음 날의 일이다.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 진영은 공개 질의와 반박을 거듭하며 날카롭게 맞섰다. 홍준표 후보는 아예 "방식부터 바꾸자"고 목소리를 냈다.

선제 공격을 감행한 것은 박근혜 후보 진영이었다. 박 후보의 측근인 유승민.이혜훈 의원은 3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후보의 29일 발언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경제 대통령이라더니 구호만 있고 콘텐트가 없다" "한 마디로 How(어떻게)가 없는 정책"이라며 6가지 문제점을 들었다.

비판이 집중된 부분은 역시 이 후보의 대표 공약인 '경부 운하' 구상이다. 이들은 ▶경부 운하가 물류를 위한 것인지 관광 자원인지 모호하며 ▶경인 운하는 반대하지만 경부 운하는 해야한다는 주장이 모순되고 ▶경부 운하로 인한 식수원 오염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과학도시'를 조성해야 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고 ▶'747 경제성장 전략'에서 10년 내 경제규모 세계 7위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신혼부부에게 아파트 한 채씩 준다는 구상 역시 현실성과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토론회 내용에 대해 공세를 펴는 것은 공정 경선 약속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 후보 측 박형준 의원은 ▶경부 운하를 건설할 경우 별도의 식수원을 마련할 것이며 ▶운하 건설의 목적이 불분명한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효과를 노린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범여권의 경부 운하 비판에 대해서는 "공격하려면 공부를 더 하라"며 "여권의 공격은 지지율 1위 후보를 향한 정치공세로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후보 측이 제기한 경인 운하와 경부 운하의 차별 근거, 과학도시 구상, 747 성장 전략의 현실성, 신혼부부 아파트 제공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27일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29일 광주 토론회에 참석했던 홍준표 후보는"광주 토론회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실질적인 정책검증을 위해 토론 방식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의례적인 사회자.국민의 질문 시간을 없애고, 역동적인 토론을 위해 질문 시간은 30초, 답변 시간은 1분 이내로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또 후보 상호토론 시간은 국회법 토론절차에 따라 15분간 일문일답 방식으로 하고, 5분 추가 토론과 1분 마무리 발언 기회를 주자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정책 토론회는 앞으로 세 차례 더 열린다. 교육.복지를 주제로 진행하는 제2차 토론회는 다음달 8일 부산에서 열린다.

박연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