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카마초 무패챔프 자존심 대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핵 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영어의 몸이 되어 열광의 대상을 잃어버린 미국 프로 복싱계가 새로운 영웅을 찾아냈다. 멕시코 출신의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30). 중(중)량급 선수로70년대 후반 슈거 레이 레너드 이후 80년대를 대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차베스가 90년대에 들어 자신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
80년 2월 프로에 데뷔한 이래 무려 기록적인 81연승 (70KO) 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차베스는 오는 13일 낮 (한국시간) 라스베가스에서 역시 41승1무의 무패행진을 거듭해온 엑토르 카마초 (30·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WBC 슈퍼라이트급 타이틀을 놓고 맞붙는다.
84년 WBC주니어라이트급 타이틀 획득을 시작으로 라이트급을 거쳐 현재의 슈퍼라이트급까지 3개 체급을 석권한 차베스로서는 이 한판승부가 90년대를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는지 판가름 내는 최대의 걸림돌인 셈이다.
도전자인 카마초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로 1백 전(96승4패) 의 아마 경력을 안고 80년 프로에 입문한 뒤 83년 WBC주니어라이트급, 85년 WBC라이트급을 제패한 이래 89년3월 WBO (세계복싱기구) 주니어웰터급 타이틀을 차지해 역시 3개 체급을 휩쓸면서 무패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따라서 폭발적인 좌우 훅에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까지 겸비, 「금세기 최고의 복서」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차베스가 번개같은 연타공격을 주무기로 하는 아웃복서 카마초의 도전을 어떻게 뿌리칠 것인가가 팬들을 궁금하게 하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을 반영이나 하듯 라스베가스에서 관중 수용 규모가 가장 큰 토머스 앤드 맥 센터 (1만9천명 수용) 의 입장권은 이미 지난달 매진됐고 링사이드의 경우 7백 달러 (56만원)였으나 대결을 앞두고 2배 이상의 암거래가격으로 매매되고 있는 실정.
복싱팬들의 관심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은 무패챔피언간의 대결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차베스-카마초 대결은 세계프로복싱사상 무패 타이틀홀더끼리의 다섯 번째.
첫 대전은 77년4월 카를로스 사라테-알폰소 사모라 (이상 멕시코) 전으로 사라테가 4회KO승, WBC·WBA밴텀급 통합챔피언에 오른바 있다.
이후 윌프레도 고메스( WBC주니어페더급)-카를로스 사라테 (WBC밴텀급) 전은 고메스의 5회 TKO승으로 끝났고, 돈 커리-밀튼 매크로리의 웰터급통합 타이틀전에서는 커리의 2회KO승으로 판가름난바 있다.
무패 챔피언간의 대결에서 유일하게 판정으로 승부가 갈라진 경기는 87년8월 WBA· WBC헤비급챔피언이었던 마이크 타이슨과 IBF동급챔피언 토니 터커의 대결로 타이슨이 12회 판정승. 한편 이번 타이틀전은 더블 타이틀전으로 벌어져 차베스-카마초전에 앞서WBA슈퍼미들급 챔피언 빅토르 코르도바 (파나마)와 동급1위인 마이클 눈(미국)이 격돌한다. SBS-TV가 인공위성 중계 예정. <김인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