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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사회」를 사는 지혜(정년을 이긴다:17)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봉급의 7% 사회보장세 납부/넉넉한 노후 “국가보증”/미국/「세」못낸 노인들엔 월 5∼6백불 지급/“제2의 인생을 살자” 자원봉사 활발
미국을 젊은 백인 남자들의 사회라고 일컬은 사회학자들이 있다.
이는 세계최강의 이 나라의 주류가 누구냐는 정치사회학적 측면에서 분명히 옳은 말이다.
그러나 고정수입의 보장이란 생활경제적 측면에 볼때 미국은 노인들의 천국이다.
자신들이 젊어서 열심히 일 할때 정부에 꼬박 낸 사회보장세 덕분에 이들은 매달 고정된 수입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며 생활즐겨
요즘같이 불경기로 실업자가 늘고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도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은퇴노인들의 이같은 보장된 수입은 젊은 이가 오히려 부러워할 정도다.
그럴만도 한 것이 2년 넘게 계속된 불경기에 그래도 여유를 갖고 계획된 생활을 하며 여행 등 인생을 즐기며 사는 층은 돈있는 사람이거나 이들 은퇴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뉴저지에 사는 잭 쿡씨는 은퇴한지 3년이 되는 68세의 노인이다.
세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부인과 단둘이 사는 쿡씨는 은퇴후 매년 보름일정으로 세계여행을 다닌다.
올봄에도 쿡씨는 부인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카리브해를 여행했다.
불경기로 손님이 없어 거의 절반값에 여행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만족해하고 있다.
그와 그의 부인 루스가 은퇴후에도 대지 1에이커(1천2백24평)의 집에서 이같이 생활걱정 않고 여유있게 살 수 있는 것은 대부분 그가 젊어서 첫직장을 얻어 은퇴할 때까지 42년동안 연봉에서 일정액의 사회보장세를 꼬박내온 덕분이다.
은퇴후 그가 받고 있는 사회보장비는 월 3천1백만달러다.
미국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는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제도를 지원하기 위해 봉급의 일정액(90년 7%)을 사회보장세로 납부한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근로자가 은퇴하거나(62세 가능) 불구 등으로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을때 사회보장비를 지불한다.
사회보장비는 자신이 불입한 액수에 따라 결정되나 흔히 불입원금에 이자를 합한 총액이 10년간 매월 일정액으로 받는 돈의 액수와 맞먹는다.
이 사회보장비는 본인이 사망할 경우 배우자와 어린 자녀들에게 혜택이 주어진다.
빈민계층으로 사회보장세를 못낸 노인들도 주에 따라 5백∼6백만달러의 생활비 지원을 받는다.
연방정부는 또 이 기금을 바탕으로 65세이상 노인에게 의료비지원을 한다.
○의료비는 별도지원
평균 병원비의 74%,진찰료의 55%를 부담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발전된 미국사회에서 정부의 사회보장제도가 노년을 완전히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노후 사회보장제는 30년대 대공황후 다른 여러 사회보장제와 함께 발전되었으나(35년) 매월 생활연금과 의료비혜택만을 주고 있을뿐 다른 필요는 자신이 해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젊어서부터 노후를 대비한다.
목재가공회사에 근무했던 쿡씨가 궁리한 사회보장세외의 노후대비는 미국인들의 전형이 될 수 있다. 그는 30년간 월급의 5%를 이자가 높은 저축대출은행에 예금해 30만달러의 예금고를 갖고 있고 그가 잘 아는 목재회사들의 주식에 상당한 투자를 해두고 있다.
또 그가 50세가 되던 해 생명보험에 가입해 자신이 죽을 경우 부인이 20만달러의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했다.
또 노년에 가장 걱정이 되는 의료비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부지원외의 입원 및 치료비를 커버할 수 있는 별도의 보험을 들어두고 있다.
쿡씨의 이같은 노후준비와 생활수준은 미국인 은퇴자의 42%안에 드는 것이다.
그보다 약간 낮은 봉급을 받은(따라서 사회보장비가 적을 것이 예상되는) 은퇴예비자들이나 노후생활에는 걱정이 없으나 활동력이 왕성한 사람들은 은퇴후 제2의 직업전선을 생각한다.
올해 59세인 빌 로저경위(뉴저지 노우드시경찰서 주임)는 최근 부업으로 페인트업을 시작했다.
오후 5시 퇴근시간만 되면 사다리를 매단 봉고차를 타고 페인트일을 나서는 빌씨는 부업이 잘되면 62세에 일찍 은퇴할 생각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부업을 생각하게된 것은 아이가 늦어 그가 60세가 돼서야 대학을 들어가는데 봉급만으로 학비를 조달키 어렵고 정년후에는 사회보장비만으로는 더욱 어렵다는 판단때문이었다.
○눈덩이적자 “비상”
노후생활이 안정된 은퇴자들의 상당수가 수입과는 상관없이 사회봉사 자원자로 나서는 것은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현상가운데 하나다.
각 타운마다 하나씩 있는 도서관에는 시간당 1달러씩을 받고 동네어린이들에게 컴퓨터나 어학 등을 가르쳐주는 노인들을 흔히 볼 수 있고,등·하교시간 학교앞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이들 자원봉사 노인들이다.
이들은 여전히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데 즐거움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은퇴자들에게 하나의 두려움이 요즘 닥쳐오고 있다.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는 연방정부의 적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은퇴자들이 받고 있는 사회보장비(특히 고액수령자)에 세금을 물리자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일기 시작한 것이다.
정치권의 논의인측 연방정부의 사회보장지출이 92년 현재 3천억달러로 전예산의 20%를 차지하며 매년 증가해 내년이면 최대예산인 국방비를 넘어설 전망이어서 이를 손대지 않고는 적자감소책을 세울 수 없다는 것이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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