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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국산품(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외국 상품이면 무조건 선호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래전의 일이 아니다. 외국상품들이 물밀듯이 몰려 들어오기 시작한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전세계 유명 메이커의 제품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것이 큰 자랑이었다. 「메이드인 제」라고 뽐냈고,「바다 건너온 물건」이라고 자랑했다. 보석·시계·전자제품 등 값비싼 세계의 명품들이면 더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넥타이 하나 화장품 한개라도 이름난 회사의 제품을 쓰고 있는 사람들은 특수한 계층의 사람들처럼 보였다. 국민학교 어린이들조차도 「메이커 제」 옷이나 신발이 아니면 입거나 신지 않겠다고 떼를 쓸만큼 유명 외국 상품들은 선망의 표적이었다.
가짜 외국상품들이 판을 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솜씨가 놀라워 겉으로 보기에는 도저히 진짜와 식별할 수 없을 만큼 교묘하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만 소화된 것이 아니라 진짜가 만들어지는 나라에 밀수출되기까지 했으니 이쯤되면 한국 사람의 솜씨도 이 방면의 국제무대에서 별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거의 모든 외국 상품들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되자 이번에는 가짜 국산품들이 멋대로 횡행해 관계자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짜 국산품들은 대개 경제나 기술수준이 우리나라에 비해 낮은 동남아 여러나라들의 값싼 제품이 흘러들어와 상표를 바꿔 붙이는 등의 방법으로 국산품으로 탈바꿈한 것들이다. 한 예로 작년 한햇동안 중국 등지에서 수입된 우산·양산 6백70여만개중 20%가 두배나 비싼 국산품으로 둔갑해 거래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짜 국산품의 인기 품목은 식품류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식품은 몸에 좋고 맛좋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는 한국식품의 인기가 치솟아 작년 한햇동안 한국상표를 붙인 가짜 식품이 10만건이나 적발됐다니 그 선호를 짐작할만 하다.
추석을 앞두고 더덕·고사리·표고버섯 등 중국의 산나물들이 국산품으로 둔갑해 거래되고 있어 산림청은 「임산물 구별법」을 내놓았다고 한다. 모양과 맛에 큰 차이가 있다지만 중국식품들이 계속 밀려들어올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도 변하는게 아닌지 궁금하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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