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가족 소설 - 즐거운 나의 집 [3부] 가을(65)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그림=김태헌

나는 엄마의 품에 있는 코코를 빼앗듯이 안아 들었다. 그리고 내 침대 위에 코코를 눕혔다. 엄마의 품에서 코코를 받아드는 순간 나는 손끝으로 코코의 죽음을 느끼고 있었다. 코코는 벌써 딱딱해지고 있었고 엄마의 품에서 내 침대로 옮겨지는 그 짧은 사이에도 그 경직강도는 더해졌다. 그 짧은 순간, 그 작은 몸이, 그렇게나 빠르게 죽음으로 옮겨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제야 죽음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내게 느껴졌다. 그것은 추상이 아니었다.

"…이럴 수는 없어."

나는 딱히 엄마에게는 아니었지만 중얼거렸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코코의 몸을 내 낡은 스커트로 덮었다. 코코가 추울까봐 문득 겁이 나서였다. 엄마의 한숨소리가 내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위녕."

"나는 최선을 다했어. 엄마. 그런데…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없어."

"위녕…, 이럴 수… 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나는 엄마가 코코를 죽게 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미안해. 위녕 그런데 엄마는 이 말밖에는 할 수가 없어. 어떤 일이든 우리에게…, 일어날 수가 있는 거라고."

엄마는 아주 천천히 말했다. 엄마의 그 말은 단순했지만 내 가슴 깊은 곳을 치고 지나갔다. 신을 향해서 한 번만 더 이러시면 더는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 대들었던 엄마는 대체 언제부터,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가 있다는 체념에 도달한 것일까. 그러나 나는 엄마가 아니었고, 반항하지 않았기에 체념할 수도 없었다.

"왜? 왜 꼭 지금 이 순간에 왜? 내가 겨우 겨우 엄마 집으로 와서 행복하고 평화롭다고 생각하는 이 순간에 그래야 해? 작은 고양이 하나 살아 있는 게 뭐가 그렇게 나쁜 일이라구, 내가 그렇게 애썼는데 어떻게 이렇게 데려갈 수가 있냐구…. 엄마, 그럼 우린 뭐야. 속수무책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그냥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거야?"

나는 엄마를 향해 악을 썼다. 엄마는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엄마가 코코를 안아 들려고 했다. 내가 엄마의 손길을 막았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이 죽는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그래, 영원히 코코랑 같이 살겠다고 기도한 일도 없었다. 그렇지만 이건 좀 너무한 일이었다. 도도하지도 않았고, 나를 할퀴지도 않았고 그저 호기심에 눈이 반짝이던 어린 생명을 꼭 이런 식으로, 영문도 모른 채로, 살아 있는 우리를 이토록 무기력하게 만들며 생명을 앗아갈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일까.

"위녕…, 코코를…… 그만 보내주자."

엄마가 침대 위에서 코코를 안아 들려고 했다. 나는 엄마의 팔을 막았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냥 날 내버려 둬, 엄마."

그제야 내 입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데려오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둥빈이가 안고 왔을 때 그러지 말자, 라고 거절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데려왔나 봐. 그냥 거기에 둘 걸. 그냥 거기서 살게 내버려 둘 걸."

엄마가 들썩이는 내 어깨를 잡았다.

"이렇게 생각하자. 위녕. 우리가 코코가 죽는 걸 막을 수는 없었지만, 코코가 네 사랑을 받기 위해 우리 집에 온 거라고…. 코코는 이미 병들어 있었는데 거리 뒷골목에서 쓸쓸하게 죽어가지 않고 우리 가족의 사랑을 받다가, 비록 2주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그 사랑을 받다가 죽기 위해 온 거라고…. 그래서 어쩌면 행복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그렇게… 생각하면 좀… 낫지 않을까…. 그러니까…… 그렇게…."

엄마는 말을 다 마치지 못하고 나와 함께 울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