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세돌, 호기는 하늘을 찔렀으나 전략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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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4국
[제7보 (104~118)]
白.胡耀宇 7단 黑.李世乭 9단

우상 흑진은 너무 넓다. 광막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이곳을 어떻게 법과 질서가 통하는 영토로 만들 것인가.

검토실의 프로들이 막연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세돌9단의 흑▲가 전광석화처럼 떨어졌다. 감각이 살아서 퍼덕이는 멋진 한수.후야오위7단은 저항하지 못하고 104 물러섰고 이어서 105, 107을 선수하자 얼기설기 대평원에 기초가 마련됐다.

그러나 아직 내땅이 되려면 멀었다.백△ 한점은 트로이의 목마처럼 내부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고 외부에서도 침입자들은 기회를 노린다. 그러므로 과연 어디쯤 말뚝을 박아야하는 것일까. 너무 좁히면 계가에서 밀린다.너무 넓히면 안에서 살아버릴 것이다.

프로들이 해설도 멈추고 침을 삼키며 하회를 기다릴 때 이세돌의 109가 등장했다. 순간 관전객들의 입이 크게 벌어진다. 이세돌은 못말리는 사람이다. 그는 넓힐 수 있는 한 최대한 넓혔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망설이거나 고민할 여지가 없다. 오직 안에서 사느냐 마느냐로 승부할 따름이다. 이점만 본다면 109는 전략적이지 못한 수였다.

109로 '참고도' 흑1쯤 두면 백은 몹시 갈등했을 것이다. A, B, C 등으로 밖에서 깎자니 계가가 불안하고 실전처럼 직접 움직이자니 생사가 희미하다.실전은 삶의 가능성이 80%. 참고도는 50%.'참고도'의 경우 후야오위는 과연 어느 길을 선택했을까. 그래서 109는 호기가 하늘을 찌를지언정 정답은 아니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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