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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에 취업 귀순가수 김 용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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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국관광의 첨병역인 관광안내센터에 근무하게돼 꿈만 같습니다. 아직 신라의 고도 경주밖에 가본 곳이 없지만 민족유산과 자연환경이 잘 조화된 인상을 받았어요. 두려움이 앞서지만 북한에서 겪었던 다양한 경험을 살려 훌륭한 안내원이 되도록 노력하겠어요.』
지난달10일 한국관광공사 관광안내과에 채용돼 한국관광의 홍보역을 맡게된 귀순용사 김용씨(32)는 관광안내가 아주 흥미로운 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지난88년 이후 북한노동당중앙위 소속 김정일 친위조직인 백두산건축연구원에 근무중 김일성 부자의 휴양지와 북한관광지들을 둘러 볼 기회가 많았다면서 관광자원은 북한쪽이 훨씬 많지만 도로 등 개발이 안돼 있다고 전했다. 80년 강계김정일 예술학원을 졸업한 뒤 북한문화예술부소속 방송음악단 가수로 활약하다 다시 평양김책공업대학에서 고위과정인 기업경영학을 전공하고 무역업에도 손을 대는 등 한때 장래가 보장됐던 그는 외화벌이 책임자로 선발돼 사할린에 건너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고민하던 중 한국영화 「영자 아끼꼬 쏘냐」촬영팀을 만나 귀순하게 됐다고 했다.
『현재 상태로 진행된다면 머지 않아 북한사회는 궤멸하고 맙니다. 김일성부자의 사치생활은 극에 달해있고 주변사람들로부터도 지지를 못 받고 있어요. 경제사정은 아예 화폐라는 수단이 필요치 않을 정도지요. 돈이 있어도 생필품을 구할 수가 없답니다. 오직 미화인 달러만이 효능을 발휘하지요』
귀순후 정부의 배려로 북아현동에 고급빌라를 장만하는 등 매우 만족스런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는 그는 좋은 음식과 멋진 옷을 볼 때마다 북녘 땅의 부모 생각이 나 울적해지곤 한다고 털어놨다.
『북한의 관광은 현재 완전한 정부주도형이고 외화벌이 보다는 북한사회 선전을 위한 초청자 관광이 대부분이죠. 80년대 중반 출범한 관광총국이 20여대의 버스를 가지고 명승지 소개를 하는 정도랍니다. 소련의 붕괴, 한중수교 등 국제조류와 북한의 외화빈사상태로 봐서 머지않아 문호를 개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때가 되면 한 몫 톡톡이 해낼 수 있으리라고 봐요.』
귀순 후 MBC-TV『유쾌한 스튜디오』와 MBC라디오 『남과 북』에 고정출연하고 『아 평양아」등 통일염원을 담은 독집디스크를 내는 등 가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 배유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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