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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만 배 불리는 '방카슈랑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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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최근 지급결제 문제가 재정경제부.국회.한국은행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급결제란 금융기관 간 또는 금융기관과 고객 간의 자금이체 업무로 최종 책임은 한국은행에 있고, 시중은행.새마을금고.상호저축은행.신협중앙회가 업무를 하고 있다. 증권사.보험사는 은행을 통해 지급결제한다.

논란은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 여부다. 반대하는 측은 지급결제 시스템의 안정성 문제를 내세운다. 찬성 측은 은행에 지급하는 지급결제 수수료를 절약해 고객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은행의 지급결제 수수료는 지나치게 많다. 증권사가 직접 지급결제하면 고객에게 4%의 이익을 더 돌려줄 수 있다고 한다. 은행은 지급결제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급결제는 금융 거래의 필수 기능인데, 개별 금융사가 이를 통해 이익을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은행들은 지급결제 기능을 이용해 독점적 초과 이윤을 올리고 있다.

은행의 이런 행태는 지급결제 문제에만 있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은 수익증권 판매.방카슈랑스 등 증권.보험 업무를 시작해 수신.대출.자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였다. 과거부터 금융산업 가운데 가장 많은 보호를 받고 제일 영향력이 컸던 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10여 년간 독점력을 꾸준히 확장한 결과 이제는 한국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할 정도가 됐다.

우선 형평성 문제다. 은행은 예.적금 등 은행상품 판매와 지급결제 등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증권.보험 상품의 대부분을 판매할 수 있다.

다음은 효율성이다. 은행의 독점력은 사회 후생 및 소비자 이익에 역기능하고 있다. 예컨대 방카슈랑스의 취지는 은행.보험의 상호 개방을 통해 국민 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에선 보험사의 은행 분야 참여는 제한하고 은행의 보험 분야 참여는 자유롭게 허용해 보험산업의 입지를 크게 위축시켰다. 은행의 보험업 진출이 국민 경제에 이익이 된다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현재 시장은 그렇지 않다. 은행은 고유 업무에서 통상 1% 내외의 예대 마진을 남기지만 연금보험 상품에선 2.5% 수준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다. 현재 방카슈랑스는 소비자 편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한다. 또한 은행은 부실 판매 부담을 보험사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수익률 관리 부담도 없어 방카슈랑스 사업은 리스크 없이 이익만 취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왜 정부가 소비자와 보험사를 희생시켜 은행에 횡재를 안겨주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같은 무임승차(free rider)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또 방카슈랑스와 관련해 꺾기, 단기납 상품 위주 판매, 일시적 고금리 상품 위주 판매, 은행에 유리한 상품 개발 강요 등 문제는 많다. 2008년 4월로 예정된 보장성보험 판매가 실시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 같은 금융산업 내 업종 간 불균형은 정부 정책이 은행에 편파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해 은행의 지나친 독점력을 완화시켜야 한다.

김정동 연세대 교수.경영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