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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00+ ① 통산 1849경기 출장 조종규 KBO 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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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 열기가 뜨겁다. 사직.잠실 구장은 연일 만원사례고, 문학도 2년 만에 꽉 찼다. 이런 야구 열기의 한편에 독특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무려 1840여 경기의 심판을 본 사람, 1880여 게임을 정리한 기록원이 있고 1000경기 이상을 직접 관전한 골수 팬도 있다. 1900경기 출장 기록을 앞둔 전준호(현대)도 있다. 이들의 사연을 차례로 소개한다.

프로야구에서 감독과 심판의 실랑이는 '약방의 감초'다. 없으면 허전하다.

심판이 오심한 경우도 있고, 감독이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

감독의 항의가 들어오면 조종규(52.사진)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은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믿고 맡겨 주십시오"라고 말한다. 심판이 이렇게 나오는데 감독도 막무가내로 대들기는 힘들다.

조 심판은 26일 한화-두산전에 주심으로 나서 통산 1849게임째 출장했다. 현재 1군에서 활동하는 22명 중 최다 출전 기록이다. 그는 지난해 오심으로 큰 곤욕을 치렀다. KIA-SK전 주심을 본 조 심판은 9회 말 적시타 때 홈으로 쇄도하던 KIA 이종범에게 아웃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TV 중계로 재생된 느린 화면에서 이종범은 여유있는 세이프였다.

"심판은 보는 위치를 잘 잡아야 하는데 타자가 던져놓은 방망이를 치우느라 미처 그러지 못했어요." 이 판정으로 KIA는 한 점 차로 졌다. 다음날 KBO 게시판엔 조 심판을 비난하는 글이 1000개 이상 올라왔다. "내가 너무 초라해 보였고 후배들 볼 면목이 없었다"고 실토했다. 20년 심판 생활 중 최대 오점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오심 없는 경기는 없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해태와 OB(현 두산)에서 프로선수 생활을 거친 조 심판은 김호인 심판위원장, 허운 2군심판과 함께 87년 공채로 뽑힌 경기인 출신 심판 1세대다.

프로야구 심판으로 충원되는 사람은 1년에 두세 명 정도. 거의 전직 프로 선수다. "심판이 선수 출신이면 상대하는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다 옛 동료, 제자들이니 실수를 해도 쉽게 이해해 주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비경기인 출신이었던 프로 초창기 심판은 각 팀 감독들로부터 "너 어디서 야구했냐"며 무시당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프로야구가 없는 겨울에 심판들은 집에서 쉴까. 그렇지 않다. 11월 말에서 12월까지 심판 학교를 열어 새로운 심판을 충원하고 1~2월엔 단체 훈련으로 체력을 다진다. 이후엔 전지훈련 중인 각 구단을 찾아가 심판을 보며 감을 익히고 스트라이크존 등 새로 바뀐 부분을 홍보한다. 시즌 중엔 한 달에 절반 이상을 지방에서 생활해야 하니 가정적인 아버지와는 거리가 한참 먼 직업이다.

서너 시간을 그라운드에 머물러야 하는 심판에겐 '생리 현상'도 극복 대상이다. "이젠 몸이 적응해 경기 중엔 화장실 생각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조 심판도 한번은 설사 때문에 크게 고생했다. 주심으로 포수 뒤에 서자마자 신호가 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죽을 힘을 다해 두 시간을 버틴 끝에 5회 후 클리닝타임이 되자 해결할 수 있었다. "선배 중엔 서서 볼일을 본 사람도 있었어요. 경기 후에 보니 사타구니가 노랗더라고요."

56세이던 심판 정년이 올해부터 폐지됐다. "미국은 예순이 넘은 심판도 많다"는 조 심판은 "체력 관리를 철저히 해 환갑을 넘겨서도 심판 생활을 계속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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