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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만 과학기술 인력이 최대 자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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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안후이성 허페이의 중국과학원 산하 플라스마 물리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장치(EAST)’를 점검하고 있다. 중국은 이를 이용해 2050년까지 인공 태양을 개발할 계획이다. 허페이=장세정 특파원

# 중국과학원 산하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 플라스마 물리연구소. 17일 찾아간 이곳에선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전도 토카막(TOKAMAK) 실험장치의 육중한 몸체가 공개됐다. 핵분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얻는 원자력발전과 달리 핵융합 반응을 통해 청정 에너지를 생산할 목표로 만들어진 이 실험장치는 지름 1.8m, 높이 4m가량의 대형 원통형 구조물이다.

중국과학원이 2005년 말 제작했고 지난해 9월과 올 1월 태양의 온도와 비슷한 섭씨 5000만~6000만도의 초고온 발열체를 생성하는 데 성공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지금까지 3억200만 위안(약 360억원)이 투입된 장치의 꼭대기에는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21세기 인류의 새로운 에너지원이 될 인공태양을 우리 손으로 만들겠다"는 중국인들의 자부심이 읽히는 장면이었다. 우쑹타오(武松濤) 연구소 부소장은 "아직 실험 단계지만 2050년께 인공태양의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중국과학기술대학 산하 기업인 커다쉰페이(科大訊飛)는 문자와 음성을 자유자재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한 독보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다. 한국의 KAIST에 해당하는 이 대학 출신 18명의 과학 영재가 1999년 창업했다. 허페이 시내에 있는 이 기업이 개발한 '음성 합성기술(text to speech)'은 중국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표준 중국어뿐 아니라 이와 발음이 전혀 다른 광둥(廣東)어도 전환이 가능하다. 특히 지난해 6월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일본 기업이 참여한 국제 영어음성 합성기술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해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회사의 바이창(白强) 부사장은 "MS가 몇 년 전 기술 이전을 요구했으나 거절한 적이 있다"며 "우리의 경쟁 상대는 우리 자신"이라고 말했다.

중국과학기술대와 인공태양을 만드는 중국과학원 연구소가 모두 중부 내륙 지역인 안후이성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는 안후이성 사람들의 자랑처럼 이 지역이 중국 과학두뇌의 산실이란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사례들이다.

개혁.개방의 최초 실험 지역(펑양현)이었던 안후이가 30년 뒤인 오늘날에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안후이 사람들은 후이저우(徽州)의 빛나는 전통을 토대로 과학기술 두뇌를 무기 삼아 동부 연안을 따라잡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었다.

왕진산(王金山) 안후이성 성장은 "자연 환경과 교통 여건에다 100만 명이 넘는 과학기술 인력이 있어서 기업 하기 좋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안후이성의 기술 전문인력은 전체 인구 6593만 명 중 119만 명이나 됐다. 과학기술 관련 기구만 917개가 설립돼 있다.

중국과학기술대학이 58년 베이징(北京)에 설립됐다 70년 초 허페이로 캠퍼스를 이전한 데에는 안후이성이 인재의 보고란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양전닝(楊振寧) 박사가 이 지역 출신이고 후진타오(胡錦濤).우방궈(吳邦國) 등 안후이 출신의 중국 지도자들 중 이공계 최고 명문인 칭화(淸華)대학 출신이 유독 많은 것도 이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 일본 기업들, 안후이성 선점=일본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중부 진흥 전략과 안후이성의 비중을 간파하고 이미 곳곳에 진출해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투자는 사실상 전혀 없다.

중국 경제전문가들은 "동부 연안에서 고임금 등으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진 한국 중소기업들이 중부 진출을 노릴 만하다"며 "이 경우 과학기술 인력자원이 풍부하고 교통 여건이 좋은 안후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허페이.우후.지시=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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