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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경찰 수사 … 못 믿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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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경찰이 당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보복 폭행 사건과 관련한 외압과 금품수수 의혹을 경찰 자체적으로 수사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검찰 수사의뢰로 선회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이택순 경찰청장은 23일 청와대에서 김 회장 사건의 감찰결과를 직접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이 청장은 "수사라인 경찰 간부들의 외압과 금품수수 의혹이 발견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실제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주 김 회장 사건에 관한 기록을 검토하는 등 수사 착수를 준비했다. 경찰청의 한 고위 간부는 "조직의 명예를 건 사안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경찰의 계획은 청와대에서 즉각 거부됐다. 청와대 측은 "국민적 관심사가 큰 만큼 검찰에 넘기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이 청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경찰이 수사하더라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검찰 수사가 낫다는 판단이었다. 경찰의 수사와 자체 정화 능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서울경찰청 수사부장과 형사과장이 연루된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 경찰이 경찰을 수사한 결과를 국민이 믿겠는가"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청장은 28일 전국 경찰지휘부 회의에서 "객관적이고 신속한 처리를 위해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결정을 했다"고 해명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 수사 의뢰 의견을 이 청장에게 전달했으며, 그 의견을 듣고(경찰청장이) 스스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 통신망에는 "청와대 뜻에 따라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스스로 '경찰 수사는 믿을 수 없다'고 인정한 꼴"이라는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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