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세금논쟁' 중

중앙일보

입력

"깎아라", "안 된다" 세금을 놓고 말들이 많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만, 최근 들어 부쩍 '감세 논쟁'이 뜨겁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전 대표가 최근 내놓은 감세 정책이 기름을 부었다.

법인세 인하론에 이어 유류세 인하론, 물가연동 소득세 도입론까지 나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에 대해 하나 같이 '불가' 입장이다. 감세론자들과 정부 사이에 생각의 차이는 뭘까?

유류세 인하론자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기름값이 많이 올랐으니 세금 부담이라도 줄여달라"는 것이다. 전국 평균 휘발유값이 15주 연속 오르며 사상 최고치에 바짝 다가섰고, 서울에선 휘발유값이 리터당 1600원까지 치솟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휘발유값이 미국의 6배, 일본의 3배에 이른다는 것도 인하론의 근거 중 하나다.

반면 정부는 "유류세를 내린다고 주유소의 판매가격이 낮아질지 의문"이라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유류세 부담이 유독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는 수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7.7%(2006년 3/4분기 기준)로 프랑스(67.3%), 영국(64.7%), 독일(63.1%) 등보다 낮았다.

또 지금까지는 그나마 원화가 강세를 보인 덕분에 국내 기름값이 덜 오른 편이지만, 앞으로 원화가 약세로 돌아선다면 기름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게 정부의 판단이다. 만약 지금 기름값이 비싸다고 유류세를 내린다면 이후 기름값이 더 크게 뛰어오를 경우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은게 정부의 처지다.

물가연동 소득세 도입론은 그동안 간간히 제기돼온 것을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제안한 뒤 박 전 대표가 감세안에 포함시키면서 급부상한 이슈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소득세 과세 구간의 기준 금액을 올려 세금 부담을 덜어주자는게 골자다.

우리나라의 현행 연소득 구간별 소득세율은 △1000만원 이하 8% △1000만~4000만원 17% △4000만~8000만원 26% △8000만원 이상 35% 등이다.

이 때 17% 소득세율을 적용받는 연봉 3800만원의 근로자는 명목소득과 물가가 동시에 10% 오를 경우 실질소득이 제자리임에도 불구하고 4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26%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처럼 물가상승에도 변함없는 과표구간 때문에 근로자들의 세부담이 지나치게 늘어난다는게 박 전 대표의 주장이다.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당장 막대한 규모의 세수 감수가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 측도 물가연동 소득세 도입시 세수가 45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소득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다른 곳에서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데, 정부로선 난감한 일이다.

또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의 절반 가량이 면세점 아래에 있으면서 소득세를 내지 않는 다. 여기에 물가연동 소득세를 도입하면 소득세의 세원 확대는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정부가 지향하는 세제정책이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점에 비춰 세원 확대를 가로막는 물가연동 소득세가 정부에서 채택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법인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현행 '1억원 이하 13%,1억원 초과 25%'인 법인세율에 대해 과표기준을 2억원으로 높이고, 그 이하에 대해서는 세율을 1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도 '법인세 인하론' 진영에 서 있다. 경제활성화가 주된 논리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 역시 완강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세계적인 기준에서 봤을때 높은 편이 아니다"며 "법인세율이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을 꺽을 만한 수준이 아닌 만큼 세수부족을 감내하면서까지 세금을 인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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