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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로 미술품도둑 잡는다(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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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불 경찰견이 잘 찾아내는 향개발/작품에 뿌려도 화학반응 안일으켜/소장가들 세금이 무서워 사용기피
그림도둑이 설치고 있는 프랑스에서 도난방지용 향기가 개발돼 미술품 도난수사에 세관검사나 마약수사처럼 경찰견이 동원될 전망이다.
「타미향」으로 불리는 이 방범향은 프랑스 원자력위원회 연구원 마리 플로랑스 타르와 국립과학연구센터의 신경생리학자 클로딘 마송이 공동개발한 것으로 사람은 냄새맡을 수 없지만 개는 맡을 수 있는 특수한 분자구조를 갖고 있다.
훈련받은 경찰견은 이 향이 스프레이로 뿌려져 있는 물품이면 승용차트렁크에 숨겨져 있다해도 1백50m 떨어진 곳에서 식별해 찾아낼 수 있다.
프랑스는 지난해 2천5백여건의 미술품 도난사건이 발생하는 등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에서 미술품 도난사건이 가장 성행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 향의 개발은 미술품보호에 획기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93년부터 유럽공동체(EC)통합에 따라 EC 12개 회원국간에 사람과 물자의 자유교역이 이루어지게 되면 타미향은 미술관뿐 아니라 화상·미술품 수집가·보험회사 등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을 전망이다. 최근 프랑스 국내이동 세관사찰팀과 프랑스 미술관연합이 공동실시한 실험 결과 타미향의 효능은 탁월한 것으로 입증되었다.
일부 세관당국자는 타미향이 인도대마 냄새와 같다고 말하지만 마송은 이 향의 화학식은 그것과 다르다며 『동물의 후각에 의한 탐지능력은 기계보다 우수하다』고 말한다.
감각생리학과 응용화학부문 첨단연구원의 산물인 타미향은 벌 등의 곤충이 미량을 분비해 자기 무리에게 일정한 행동을 일으키는 페로몬과 비슷하다. 곤충은 성페로몬을 분비해 수㎞ 떨어진 곳의 이성을 유혹할 수 있다.
이 향을 개발한 타르는 『당초엔 미술품에 방사능을 쐬어 표시를 해두는 방법을 연구했으나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밝혀져 동물에 의한 탐지 방법을 생각하게 됐다』고 연구 동기를 말했다. 그는 이 향을 미술품에 뿌려두는 것은 문신을 해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떤 소재의 미술품과도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일은 결코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향의 효력을 지속시키려면 1개월 또는 수개월마다 이 향을 뿌려야 한다.
그러나 타미향이 상업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우선 미술품 개인수장가들이 이 향을 사용하는 식별 리스트에 자신의 소장품을 등록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값비싼 미술품소장 사실이 당국에 알려지면 세금 문제 등 귀찮은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
프랑스 경찰의 미술품도난센터 책임자는 미술품 도난도 문제지만 도난품을 찾은 뒤 누구 것인가를 가려내는 것은 더 골치아픈 일이라고 말하고 타미향 덕택으로 도난 미술품의 추적·회수가 쉬워지겠지만 소유자를 가려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회수된 도난미술품은 원소유자가 24시간내에 자기것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회수전에 가지고 있던 사람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식별방법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타미향같은 획기적인 방범향이 개발되었으나 수장가들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미술품 도난을 줄이는데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경찰관계자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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