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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억 중국인을 신의 품에|종교계"대중선교 둑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중국 측의 망설임과 소극적 자세 때문에 일정한 한계를 넘어설 수 없었던 한-중간 종교교류가 24일의 양국수교발표를 계기로 크게 활기를 띠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 한중 양국 간의 종교교류는 기껏해야 만남의 장을 마련해「종교인대표들이 상호 얼굴을 익히는」수준에 지나지 못했다.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교파별 대중국선교는 12억이라는 매력적인 종교잠재시장을 앞에 두고도 공식 성을 갖추지 못한 채「물밑 갈퀴질」만 해오던 중 그나마 중국정부로부터 과열자제요청을 받은 뒤로는 주춤한 상태에 있다.
양국 간의 종교교류를 시기적으로 선도한 것은 불교계였다.
조계종총무원장이자 한국불교종단협의회장인 서의현 스님은 90년8월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 중국불교협회의 조박초 회장과 양국 불교교류증진방안을 논의해 왔다. 중국 측에서도 90년10월 서울에서 열린 WFB대회에 밍양 스님을 단장으로 한 대표단 4명을 파견하는 등 한중불교교류에 나름의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서의현 원장은 특히 지난90년8월의 첫 북경방문 때 중국불교협회 측과 한중불교 우의촉진 회 결성에 합의한데 이어 지난해의 두 차례 방중에서도 수교를 전제한 상호 신도교류, 역사유적 탐사, 학술공동연구, 관계논문집 공동발간, 유학 승 교환 등을 적극 추진키로 합의했다.
개신교의 경우에는 지난해2월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WCC 제7차 총회 때 한국기독교교회 협의회(KNCC)대표들이 중국 측 목회자들과 처음 만난 것을 계기로 관계를 갖기 시작했으며 그 해 5월 권호경 총무 등 KNCC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개신교교류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우리대표단의 초청을 받은 중국기독교협회는 수교직전인 지난5∼16일 한웬자오(한문조·중국기독교협회상임부회장)등 대표단 일행 9명을 서울에 파견해 양국 간 기독교교류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협의하게 했다.
이들은 약 10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통일 희년 공동주일 행사를 모두 돌아보고, 떠나기에 앞서 KNCC측과 한중교회협의회결성에 합의하는 한편 목회자·신학자·평신도·여성·청년 등 교회 각부문의 상호 인적교류 원칙을 담은 공동합의 문도 발표했다. 한국교회측은 중국교회와의 교류가 수교를 계기로 더욱 활성화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중국교회가 아직은 굳게 닫혀있는 북한교회의 문을 열게 하는 일종의 매개구실을 함으로써「북한선교」란 최종적 목표에 보다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있다.
한편 천주교는 지난해 원주교구 김지석 주교가 20여명의 신부들을 대동하고 연변을 방문한 이래 여러 루트를 통해 중국과의 비공식 교류를 타진해왔다. 중국수해 때 서울대교구 한마음 한 몸 운동본부 이름으로 50만 달러의 의연금을 전달하기도 했던 천주교 측은 수교가 이루어짐에 따라 그동안 중국 측이 난색을 보여 미뤄왔던 김대건 신부와 이승훈 동상건립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연길 인근의 팔도구 성당 등 성당건립지원과 인적교류문제도 중국 천주교 측과의 협의를 거쳐 가까운 시일 내에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수교이전부터 양국사이에 문제를 일으켜 왔던 과열선교가 수교를 제기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각 종교계와 교단차원에서 사전에 이에 대한 대책을 단단히 마련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게 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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