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장도값 쥐어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1면

휘발유값이 15주 연속 오르면서 사상 최고가 경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여기에 경유값도 7월로 예정된 에너지 세제 개편에 따른 인상이 예정돼 서민 가계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정유사가 석유제품의 공장도가격을 부풀려 기름값 인상을 부추기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현재 공장도가격은 각 정유사가 발표하는 주유소.대리점 판매가격으로 석유공사가 매주 집계해 인터넷에 공개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실제 정유사 매출액을 판매량으로 나눠 공장도가격을 산정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석유제품 공장도가 고시 변경=지금까지 정부가 석유제품 공장도가격을 정유사가 알아서 발표하도록 한 데는 정유사끼리 경쟁이 충분히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유사끼리 경쟁이 심해 주유소.대리점에 공급하는 공장도가를 부풀릴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27일 "정유사가 주유소.대리점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밖으로는 공장도가를 높게 발표하고 실제 판매가는 낮추는 일이 흔하다"며 "이를 통해 주유소.대리점이 초과 이익을 얻도록 보장해 주는 게 관행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주유소의 20%는 정유사 직영이어서 공장도가를 높이면 정유사도 이익을 본다.

석유제품 소비자가는 공장도가에 세금과 주유소 마진을 붙여 매기기 때문에 공장도가가 높아지면 소비자 가격도 덩달아 오른다. 정부는 이 때문에 정유사 매출액을 판매량으로 나눈 가격을 공장도가로 발표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럴 경우 정유사의 공장도가 부풀리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다만 매출액과 판매량은 주 단위로 계산이 어려워 공장도가 발표는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뀔 전망이다.

◆고공 행진 기름값 ℓ당 1541.78원=27일 석유공사가 전국 주유소 980곳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달 넷째 주(5월 21~25일) 무연 휘발유의 전국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1541.78원으로 전주보다 3.58원 올랐다. 올해 2월 둘째 주부터 15주 연속 오른 것이다. 사상 최고가격인 지난해 8월 셋째 주의 1548.01원에 바짝 다가섰다. 지역별로는 광주와 제주도를 뺀 14개 시.도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7월부터 경유값 인상도 예정돼 있다. 정부는 환경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경유 승용차의 보급을 억제하기 위해 2005년 7월부터 경유에 붙이는 세금을 매년 올려왔다. 올해는 휘발유 대 경유의 가격비율을 100(휘발유)대 85 수준까지 올릴 예정이다. 현재 경유값은 휘발유의 80.43% 수준이다.

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