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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 대 회화명품 첫선|남종화의 대가 동기창 등 포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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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역사적인 한중수교에 발맞춰 중국 명·청 대의 회화들이 사상 처음으로 국내에 선보인다. 오는 9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호암 갤러리에서 열리는「명·청 회화 전」-.호암미술관이 2년여의 준비 끝에 마련한 이「명·청 회화전」에는 중국 북경의 자금성내 고궁 박물원에 비장 되어 온 명·청 대의 대표적 명품 80점이 선정되어 출품된다.
이 명·청 대 회화들이 해외에 공개되는 것은 아시아지역 중에선 한국이 처음이며 출품작 가운데 50여 점은 처음 해외에 선보이는 것이다.
이번 출품작 가운데는 심주의『경강송별도권』, 문징명의『난정수설도권』등 8점의 1급 작품(우리나라의 국보에 해당)도 포함되어 있다.
이밖에 대진·동기창·팔대산인·석도·김농·정섭·조지겸 등 명·청 대 기라성 같은 거장들의 대표작들이 한 두 점씩 고루 소개된다.
이 출품작들은 고궁 박물원이 소장하고 있는 9천여 점의 명·청 대 회화 가운데 명품들만을 선정한 것이다.
지난 1925년 자금성안에 설립된 고궁 박물원은 회화 외에 도자·전적·공예·복식·가구 등 1백만여 점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중국 최대규모의 대표적 박물관이다.
명·청 대 회화는 조선시대뿐 아니라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회화 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명말 때의 동기창이 정립한 남종화는 대부분의 한국화가들이 그 화론과 기법을 따를 정도였다.
이 전시회는 그동안 화 집을 통해서나 볼 수 있었던 명·청 대의 명품들을 직접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조선시대 이후우리나라 회화 사를 연구하는데도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명·청 대 회화는 비록 중국회화사상 가장 찬란했던 당·송 시대에는 비견될 수 없지만 시대적 특성에 따라 다양한 유파들로 회화사의 화려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명 대에는 산수화·문인화가융성해지고 인물화가 쇠퇴했다.
중기에는 소주지방을 중심으로 한 심주·문징명·당인·구부 등 소위「오문사가」가 주류를 이루었으며 후기에 동기창으로 대표되는 문인화가들이 나와 산수화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청 대에는 명 대의 전통을 이어 문인화가 화단의 주류를 이뤘다.
기법에 있어서는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으나 자연·사상의 표현은 소홀히 했다.
초기에는 팔대산인·석도 등 승려화가들인 소위「청초사승」이 대표적 화가들로 활약했으며 중기에 이르러 산업이 발달한 양주를 중심으로 한 김농·정섭·황신 등 소위「양주팔괴」들이 새롭고 자유분방한 화풍을 보였다.
호암미술관은 전시회에 맞춰 출품작의 원색사진과 해설, 명·청 회화개론(단국강 고궁 박물원 학예 연구원)등이 실린 2백여 쪽의 화 집을 출간하며, 9월1일 오후2시 동방플라자1층 국제회의실에서「명·청 시대의 회화」라는 제목으로 학술강연회도 연다.
호암미술관은 이 전시회를 마련키 위해 지난 2년여 동안 중국측과 꾸준한 접촉을 가져왔다.
당시 수교도 안된 상태에서 고궁 박물원 측과의 직접 교섭은 불가능했고 대외무역담당 고위실력자를 설득한 끝에 작품의 해외반출을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미술평론가 최병직씨는『이번 전시회가 오랫동안 단절되었던 동양회화의 관념주의·자연주의적 정신을 재조명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서구화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 동양화단의 실정에 동양회화의 진수를 실감 있게 보여줄 귀중한 기획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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