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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진로 인수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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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롯데가 법정관리 중인 진로를 인수하기 위해 골드먼삭스(GS).일본 아사히맥주와 함께 컨소시엄 구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진로의 미래에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21일 "롯데가 진로를 인수하려는 것은 국내 소주시장은 물론 맥주시장에도 진출하려는 의도"라며 "채권 변제 등을 위해 최소 1조3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진로 인수 경쟁에서 자금력이 막강한 롯데가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GS.아사히맥주 왜 뭉쳤나=대한전선과 함께 최대 채권자로 진로의 정리계획안에 거부권을 갖고 있는 골드먼삭스는 최근까지 해외 파트너 영입을 추진했으나 여의치 않자 롯데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먼삭스는 그동안 "진로의 경영권엔 관심이 없고 채권 회수가 최종 목표"라고 천명해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골드먼삭스가 돈이 많은 롯데와 손잡고 채권 회수 때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1년 말 '한송이'라는 브랜드로 소주시장에 뛰어들었다 실패한 적이 있는 롯데가 53%(수도권 92%)의 시장점유율을 가진 진로를 인수하게 되면 국내 소주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아사히맥주로부터 맥주 제조 및 마케팅 기술 등을 도입해 국내 맥주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것이 롯데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롯데는 일본에서 90%의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진로재팬(기업가치 5억~6억달러 추산)을 진로 인수 후 아사히맥주에 매각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일본 맥주 업계 1위인 아사히맥주는 일본 소주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에도 진로의 옛 경영진이 추진한 기모노 프로젝트(진로재팬 매각)에 참여했으나 골드먼삭스가 진로재팬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소송을 내 무산된 적이 있다.

롯데의 진로 인수 작업에는 일본 노무라증권이 자문역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진로 인수를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한전선.하이트.두산 등은=최대 채권자 중 하나인 대한전선의 행보가 가장 큰 관심사다. 하지만 골드먼삭스와 마찬가지로 경영권보다는 채권 수익에 관심을 보여왔던 대한전선은 누가 진로를 인수하든 최대 이익을 안겨주는 쪽의 의견에 따를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밖에 진로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던 하이트맥주.두산.CJ 등은 아직 구체적인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트와 두산 등 주류업체들은 롯데의 주류시장 진출에 크게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두산은 최근 임원급을 단장으로 한 특별팀을 구성했으며, 금복주.보해양조.무학 등 지방 군소 소주 업체들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진로 몸값이 올라갈 것을 우려해 업체들이 구체적인 인수 계획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물밑 작업은 한창"이라고 전했다. 진로 채권단은 앞으로 인수 희망업체들로부터 두세 차례 인수계획안을 받은 뒤 내년 1~2월 중 매각 방식을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골드먼삭스 등 외국계 채권단은 진로의 정리채권(약 2조6천억원) 가운데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전선은 정리담보권(약 2천4백63억원)의 72%를 갖고 있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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