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다다시의 와인의 기쁨 [11]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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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29면

만화 ‘신의 물방울’에 등장해 불티나게 팔린 ‘샤토 몽페라 2001’.

우리 남매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소개한 와인은 무서운 기세로 팔려나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신의 물방울’은 매주 목요일에 발매되는 일본의 주간 ‘코믹 모닝’에 연재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목요일만 되면 인터넷 쇼핑몰에서 보내는 “샤토 ××가 드디어 ‘신의 물방울’에 등장!”이라는 메일 매거진을 볼 수 있다. 왠지 우리 남매의 어깨가 무거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만화에서 와인을 언급할 때는 해당 와인을 여러 번 시음해보기 때문에 ‘신의 물방울’에서 격찬하는데 맛이 없다는 상황은 없으리라 본다.

맛은 명품, 가격은 저렴 ‘몽페라’

‘신의 물방울의 와인’으로 매진 사태를 빚은 첫 번째 와인은 ‘샤토 몽페라’ 2001년산이다. 이 와인은 연재를 시작한 지 3주째에 소개했는데, 당시 만화의 지명도는 낮았으나 인터넷 쇼핑몰마다 “‘신의 물방울’에 등장!”이라고 떠들어대서 ‘몽페라’는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그와 발을 맞추듯 ‘신의 물방울’도 급속히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몽페라’는 우리 남매에겐 각별히 의미 있는 와인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몽페라’를 주목하게 된 것은 비교적 마이너한 산지의 와인인데도 프랑스의 저명한 와인 평가지에서 3년 연속 상을 받았고, 독일의 와인 전문지에서 ‘샤토 마고’를 제치고 1위를 수상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2500엔 이하로 싸다. 마니아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품게 되는 와인. 시음해보니 과연 놀라운 저력을 담고 있었다.

만화에서도 소개한 2001년산은 특히 근사하다. 실제로 2000년산 ‘오퍼스 원’과도 비교해 봤는데 향, 응축감, 복잡함, 모든 면에서 ‘몽페라’의 승리였다. 참고로 지인들과 여는 와인 모임에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봤더니 소믈리에 H씨가 ‘몽페라’를 마시고는 “맛있다! 5대 샤토군요!”라며 비록 맞히지는 못했지만 격찬한 일도 있다. 이에 너무나 놀라 우리 남매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봤다.

그 뒤 우리는 수입업자를 통해 ‘몽페라’의 생산자 티보씨를 만날 수 있었다. 티보씨는 머리에 오로지 와인 생각밖에 없는 성실한 인물이다. 포도도 수고스럽게 손으로 따는 방식을 고집하며, 포도나무 한 그루당 수확량을 6~8송이로 제한하고, 긴 숙성기간을 두고 와인을 만든다. 그런 와인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고생해서 만드는데 2000엔대에 판매하면 채산성이 낮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그야 그렇죠. 하지만 비싼 값에 팔고 싶지 않습니다. 싼 가격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기게 하고 싶어요.” 구김살 없는 미소로 그는 그렇게 답했다.

‘신의 물방울’에 등장한 것을 계기로 ‘몽페라’의 시장 가격은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가까스로 2000엔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 티보씨가 ‘가격을 비싸게 매기면 팔지 않겠다’고 수입업자를 견제하고 있기 때문일 거라고 우리 멋대로 상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몽페라’가 곧이어 출시할 2005년산은 최고 걸작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어서 빨리 시음해보고 싶다. 번역 설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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