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판"로미오와 줄리엣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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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오는 11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갈수록 뜨거워지는 선거열기 속에서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는 때아닌「로미오와 줄리엣」커플에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공화당 부시진영의 일급 여성 선거참모인 메리 메탈린(38)과 그의 애인인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후보 진영의 선거전략가인 제임스 카벨(47).
워싱턴 정가에서「블러디(살벌한) 메리」라고 일컬어지는 메리 메탈린은 최근 유세와 관련, 민주당 사람들을「훌쩍이는 위선적인 민주당원들」, 나아가「뱀의 속(마음)보다도 못한 사람들」이라고 맹공격을 퍼부어 눈길을 모았다.
민주당 측은 이러한 공화당의 공격을『배꼽 주변으로부터 시작, 그 아래로 내려간 질낮은 술수』라고 응대하고 있다.
메탈린과 카벨을 잘 아는 위싱턴 정가의 한 인사는「그들 커플은 각기 확고한 정치적 신념을 갖고 정치에 자신의 삶을 던지고 살아왔다」고 평한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한매력보다는 정치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하리라는 것이다. 이들 커플은 또 형식을 싫어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카벨은 정장보다 티셔츠와 진을 즐겨 입고 날카로운 위트와 유머를 구사한다. 메탈린은 88년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장에 부츠에 작업복차림으로 워키토키를 들고 나타나는 등 하고싶은 말을 참지 못하고 다소 거칠지만 정치력이 큰 여성이다.
시카고근교의 철강노동자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메탈린은 웨스턴일리노이대학을 나왔으나 철강회사 노동자경력도 갖고 있다. 80년부터 공화당원으로 선거유세에 참여해왔다.
골수 공화당원이었던 첫 남편이 90년 뇌 암으로 사망, 91년 친구의 소개로 카벨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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