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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한국가곡의 음조, 조국 가곡과 똑 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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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 가곡인 '그네'가 내 조국 아르메니아의 가곡과 곡조.정서에서 너무 빼닮아 놀랐습니다."

19일 저녁(현지시간) 베를린 도심 연주회장인 '우라니아' 홀에서 열린 '한국 가곡 부르기 대회'에서 영예의 1등을 차지한 바르데니 다비디안이 상기된 모습으로 전해준 우승 소감이다. 입가의 수줍은 미소가 인상적인 그는 지난 5월 친구로부터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 가곡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흥미를 느껴 함부르크 예선에 참가했다.

이날 지정곡인 '그네'는 본선이 열리기 나흘 전인 15일부터 연습했지만 연주회장에서 그는 완벽한 한국말 발음과 곡 해석으로 청중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동유럽의 작은 나라인 아르메니아 수도 테레반의 음악학교를 졸업한 그는 1993년 독일로 건너와 2년 전 하노버 음대에서 성악 과정을 마친 후 현재 오페라 가수로 활동 중이다. 다비디안은 "아르메니아 가곡은 슬픈 음조에 감성적이고 여운이 남는 멜로디 위주여서, 비슷한 톤의 한국 가곡에 많은 애착을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회 참가 전에 한국 노래는 물론 한국문화를 접해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면서 "이번 대회 참가를 계기로 눈을 뜨게 된 한국의 언어.역사.문화.노래를 틈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비디안은 "내년에 한국을 방문, 공연과 더불어 한국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는 주독 한국대사관 문화홍보원이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독일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처음 실시한 행사다. 지난 5월 동부 라이프치히 등 독일 내 일곱개 도시에서 매달 한 차례씩 돌아가며 열린 예선대회에서는 음악을 공부하거나 성악활동을 하고 있는 독일 및 외국인 1백70여명이 참가했다. 다비디안 등 본선 입상자 일곱명은 내년 5월 방한해 서울 등 3개도시에서 한국 가곡과 함게 외국 가곡을 부르게 된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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