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경기중단' 된서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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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농구 사상 초유의 경기 중단 사태로 한국농구연맹(KBL) 상근임원이 총사퇴하고, 관련 구단의 단장과 코치가 자격정지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KBL은 전날 SBS-KCC의 경기가 중단된 것과 관련, 21일 재정위원회를 열고 SBS구단에 1억원의 벌금과 함께 이충기 SBS 단장에게 2004~2005시즌까지, 이상범 SBS 코치에게 2005~2006시즌까지 자격정지 처분을 내렸다.

이와 함께 김영기 총재, 이인표 경기위원장, 박효원 사무국장, 유희형 심판위원장이 모두 사의를 밝혔다.

김영기 총재는 "프로 스포츠에서 어떤 경우든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팬들이 지켜보고 있을 뿐 아니라 스폰서를 비롯한 각종 기업과 단체가 관련돼 있다. 프로농구의 근본을 부정하는 중대 사안이어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도 책임을 지겠다. 22일 이사회에서 후임자 선정을 요청할 것이며 업무 인계까지 한달을 넘기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경기 중단 사태는 SBS가 68-75로 뒤지던 4쿼터에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선수들을 벤치로 불러들이면서 시작됐다.

SBS의 알렉스 칼카모가 파울을 선언당하자 동료인 앤서니 글로버가 불만을 표시했고 이에 대해 홍기환 부심이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이미 한차례 테크니컬 파울을 받은 정덕화 감독이 이에 항의하다 두번째 테크니컬 파울을 받아 퇴장당했다.

대행을 맡은 이상범 코치는 작전시간을 요청해 선수들을 벤치로 부른 후 심판진에게 판정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 홍부심은 이미 (정감독에게) 설명했다며 경기 속개를 요구했다. 이코치가 이를 거절하며 버티자 박웅열 주심은 SBS의 출전을 종용하다 5분여가 지나자 경기 종료를 선언했다.

유희형 심판위원장은 "경기 규칙에 '몰수게임' 조항은 없으며 이번 사태는 심판 재량에 따른 경기 종료"라고 정의했다. 이인표 경기위원장은 "경기 결과는 KCC의 20-0 승리로 처리된다"고 설명했다.

SBS 이충기 단장은 "KBL이 너무 성급하게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싶다"고 아쉬워 하면서 "단장인 나에 대한 징계는 달게 받겠으나 아직 젊고 장래가 촉망되는 이상범 코치에 대한 3시즌 징계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총재께 선처를 호소해보겠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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