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현의 골프야 놀자Ⅱ ⑮ 발끝 내리막에서의 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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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발끝 내리막 샷은 왼쪽을 겨냥하고 하체를 고정한채 가파른 스윙을 해야 합니다. 원 안이 핀 위치.

지난주 대회에서 갑자기 기권을 해 놀라신 분이 많으셨죠. 예전에 다쳤던 무릎 부상이 도졌습니다. 사실 2라운드 도중부터 아팠지만 '성적이 나빠 기권했다'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3라운드까지 경기했습니다. 응원해 주신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남은 대회에서 그만큼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미국 뉴욕주의 코닝에서 벌어지는 코닝 클래식에 참가합니다. 단일 스폰서로서는 LPGA투어에서 가장 역사가 긴데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좋습니다. 전장이 짧고 좁은 데다 경사가 많아 한국 골프장과 비슷하거든요.

이번 주에는 발끝 내리막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발끝 오르막 샷에 비해 까다롭습니다. 볼이 발보다 밑에 있기 때문에 무릎도 많이 굽혀야 하고, 스윙도 어색해지기 때문이죠.

우선 세트업부터 살펴볼까요? 클럽과 그립의 길이는 평소와 똑같습니다. 단, 경사가 심할 경우에는 한 클럽 길게 잡아야 합니다. 어드레스 자세에서는 클럽이 볼의 위치에 올 때까지 무릎을 굽힙니다. 체중은 발뒤꿈치 쪽에 놓아야 스윙을 할 때 중심이 흐트러지지 않아요. 허리의 각도는 변하지 않습니다. 체중을 발뒤꿈치 쪽에 싣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몸을 너무 숙이면 백스윙할 때 어깨회전을 잘할 수 없어요.

샷을 할 때는 핀보다 왼쪽을 겨냥해야 합니다. 발끝 내리막 경사지에서는 자연스럽게 페이드 볼이 됩니다. 지난주 발끝 오르막 경사 때 핀보다 오른쪽을 겨냥했던 것과 반대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휘어짐의 정도는 개인별.클럽별 차이가 있습니다. 쇼트 아이언의 경우 백스핀이 많기 때문에 옆으로 휘어지는 정도가 작지만 롱아이언은 사이드스핀이 잘 걸려 휘어짐의 정도가 더 큽니다. 따라서 롱아이언을 선택해야 할 경우는 더 왼쪽을 겨냥해야 합니다.

이 상황에서 스윙을 할 때는 스윙의 각도가 다소 가파른 경향이 있습니다. 허리의 각도는 그대로인데 무릎을 많이 굽힌다는 것은 클럽이 몸에 더 가깝게 온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바로 들어올리듯 스윙해야 합니다. 다운스윙 때에도 올라갔던 궤도를 따라 그대로 내리찍어야 합니다.

체중이동은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습니다. 자세가 불안하기 때문에 체중이동을 하면 중심이 무너져 정확한 임팩트가 어려워지겠죠. 머리의 축을 고정하고 팔만 쓴다는 기분으로 백스윙을 하세요.

다운스윙은 볼을 맞히는 데에만 집중하세요. 트러블 샷을 할 때는 볼을 정확하게 맞힐 수 있는지 없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피니시는 짧게 끊어주는 게 좋아요. 체중이동도 없고 임팩트 이후 허리 회전도 거의 없기 때문에 완전한 피니시를 하기 어렵습니다. 피니시는 거의 생략하는 편이 몸에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연습장에서 두꺼운 책 위에 올라서서 연습을 해보세요. 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높이가 5㎝ 이하인 것도 발끝 내리막 경사에서의 샷 감각을 느끼기에 충분해요. 너무 높은 곳에 올라갈 필요도 없어요.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것을 그대로 잘 지킨다고 해도 발끝 내리막 라이는 어렵습니다. 멋진 트러블 샷을 그리기보다는 정확하게만 맞춘다는 기분으로 치는 게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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