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수입 부스 꽉꽉 한국 판매 부스 텅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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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부스 임대비용이라도 뽑아야할 텐데." "부스 차리는 데 든 10만 달러어치는 팔아야 하는데."

칸영화제 필름마켓에 판매부스를 설치한 국내 주요배급사 해외판매 담당자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CJ엔터테인먼트.쇼박스.롯데 등이 번듯한 부스를 차렸지만 영화를 사겠다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일부 실적은 있다. 김지운 감독이 촬영중인 한국판 서부극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시네클릭아시아 판매)이 프랑스에 선판매됐다. 하지만 해외바이어의 방문과 상담요청에 바빴던 1, 2년 전과 달리 한적한 분위기다. 반면 외화를 사려는 국내수입사들의 발길은 부쩍 바빠졌다. 칸을 찾은 한국 영화인의 숫자가 예년의 세 배라는 말까지 나돈다. 여러 수입사가 눈독을 들였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폼페이'는 마켓이 열리기도 전에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국내회사끼리 경쟁이 붙어서 애초 40만 달러에 나왔던 한 외화가 60만 달러에 팔렸다"며 "지난해 과다하게 제작된 국산영화가 충무로 위기를 초래한 것처럼, 외화들도 지나치게 많이 수입되면 비슷한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신들도 한국영화의 침체를 주목하고 있다. 영화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 할리우드 리포터 등이 '고비용 저수익'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영화계 소식을 전했다.

한국 영화계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높았다. 21일(현지시간)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영화의 밤' 파티에 국내외 영화인 수백 명이 모였다. 허우샤오시엔.차이밍량 등 아시아 감독과 장첸.수치 등 스타는 물론 프랑스 포지티브, 미국 버라이어티 등 영화전문매체의 비평가.기자들이 두루 참석했다.

합작영화를 통한 한국영화의 확장도 시도됐다. '칠검' '묵공' 등 아시아 합작영화를 만들어온 보람영화사 이주익 대표는 칸 현장에서 1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영화펀드 조성을 발표했다. '무간도'의 제작자 난쑨스, '시황제 암살' 등을 만든 이세키 사토루 등 아시아 프로듀서 6명이 손을 잡았다. 이 대표는 "규모.국적에 관계없이 고루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칸=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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