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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에 원두막/「세종회관」자연학습장 인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박·수세미 열려 시골정취 듬뿍/부모,아이들 데려와 「현장교육」
서울시내 한복판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입구계단에 때아닌 「향토직물 자연학습장」이 등장해 시민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서울시청 녹지사업소(소장 이회봉·58)가 올해 난지도에서 기르는 1백80만그루의 각종 식물중에서 추린 벼·호박·가지·토마토·수세미·박꽃·도라지 등 20종의 작물을 1천2백여개 화분에 담아 지난달 21일부터 전시,도시생활에 찌든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있는 것.
삭막한 도심 한가운데서 서울의 새 휴식처 및 학습장으로 떠오른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호박 등을 신기한듯 만져보며 농촌의 시원한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이색풍경에 눈길을 떼지못한다.
12일 오후 서울 목동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최준금씨(35·여)는 『도심이지만 조용한데다 원두막·장독대까지 갖춰져 있어 시골 고향생각이 난다』며 연방 카메라셔터를 눌러댔다.
『이것은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이 나오는 벼,저것은 제비가 흥부아저씨에게 씨를 갖다준 박­.』
일곱살·다섯살 된 남매의 손을 잡고 지나던 주부 박행자씨(39·서울 대조동)는 아이들의 질문에 살아있는 현장교육을 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학습장에 하루 평균 2천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고있다고 밝힌 세종문화회관 김운봉시설관리과장(56)은 『시내 각 유치원·국민학교에도 자연학습장으로 널리 알려져 부모의 손을 잡고 놀러오는 아동이 늘고 있으며 회관이미지 향상과 홍보에도 효과가 크다』고 했다.
『지난봄 보리를 전시한 것이 반응이 좋아 3백만원을 투입,여름작물 중심으로 또 다시 도심속 텃밭을 꾸몄습니다.』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서울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자연의 생태를 일깨워주고 싶었다는 박승오연구주임(37·녹지사업소 시험과)은 『지금은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전시 초창기만 해도 나무에 열린 복숭아·토마토 열매를 마구 따가는 얌체관람객이 많아 「따는 건 싫어요」라는 팻말을 붙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서울시는 『가을이 다가오는 9월부터 작물을 계절에 맞는 조·수수 등으로 바꾼뒤 전시회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봉화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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