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이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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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월급쟁이 회사원이란 매사에 수동적이어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하고 직무표준화와 능력급 제도를 도입해야만 생산성이 오른다고 보는게 X이론이다. Y이론은 이에 반해 인간의 창의성이란 자율성에 근거한다고 보고 분위기의 조성과 자율성의 지원에 주력한다면 생산성은 자동으로 향상된다고 본다.
이것이 미국의 경영학자 맥그리거가 개발한 미국식 경영철학의 XY이론이다. 이 이론에 Z이론을 개발한게 캘리포니아대학의 일본인 오우치교수였다. 일본의 여러 기업체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인 Z이론은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해 일본의 토양에 맞게 소화시켜 개발,발전시킴으로써 기술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공대 이면우교수는 「W이론을 만들자」는 주장을 강하게 펴 주목받고 있다. 그의 주장은 독자적 경영이나 관리방법의 개발없이는 치열한 기술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이전을 요구한다고 선선히 들어줄 선진국도 없을뿐만 아니라 기술을 전수받는다 하더라도 기술식민지의 늪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늦더라도 자신들의 토양에 맞는 기술을 독창적으로 개발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잘해야 2등국의 신세를 면할 수 없다.
그는 또 미국·일본,그리고 한국간의 산업기술 정책을 소·쥐·벌의 3각관계로 흥미있게 설명한다. 미국의 첨단기술은 우람한 체력으로 달려가는 소에 해당되며 일본의 기술은 소머리 위에 앉아있다가 결승점에서 잽싸게 뛰어내리는 소머리 위에 앉은 쥐에 비유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술정책 방향은 소와 소머리 위에 앉은 쥐와 사이좋게 지내면서 「소머리 위에 앉은 쥐머리 위의 벌」이 되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역설한다.
미국이 개발한 첨단기술을 이용해 일본은 첨단제품을 개발하고,우리는 이 첨단제품에 우리의 창의력과 문화적 특성을 가미하는 하이터치제품을 개발하자는 것이다.
기술식민지의 위험을 극복하고 창의력의 신바람을 일으키면서 우리문화의 특성에 맞는 기술개발에 전력하자는 「W이론」이 연구실의 공론으로 끝나지 않고 산업기술시대의 정책으로 승화될 수 있는 계기가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권영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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