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의 극치 「유고수용소」/「유대인수용소」방불… 만명 학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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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부녀자 어린이 강간·구타 시달려
유고의 내전당사자들이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를 연상케하는 포로수용소를 설치,무고한 양민들에게 온갖 고문을 가하는가 하면 잔혹한 방법으로 대량학살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보스니아 국방부는 5일 세르비아가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그리고 보스니아내에 모두 1백5개의 수용소를 설치,전쟁포로외에 13만여명의 민간인을 강제로 억류하고 있으며 적어도 1만7천명이 살해됐다고 밝히고 이같은 내용을 무하메드 사치르베이 유엔주재 대사를 통해 유엔에 보고했다.
세르비아가 수용소를 설치,민간인을 고문 또는 학살하고 있다는 소문은 그간 끊임없이 있어 왔지만 보스니아가 1백5개 수용소의 목록까지 제시하며 이를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맞서 세르비아의 폴리티카 익스프레스지는 크로아티아와 보스니아가 43개의 수용소에 4만2천명의 세르비아인을 억류하고 있으며 이미 6백여명의 부녀자와 어린이들이 살해됐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사실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수용소 9개를 방문,『3개파 모두 포로를 억류하고 있으며 4천여 포로가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서 공식 확인됐다.
이들 수용소에 갇혀있는 포로나 민간인들의 피해상황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탈출자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그 잔혹상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가디언지가 탈출자 2명의 증언을 기초로 6일 보도한 내용은 세르비아의 「죽음의 수용소」가 어떤 곳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목격한 바에 따르면 오마르스카의 수용소엔 수천명의 회교도가 쇠창살에 갇혀 있는데 무장한 세르비아인들이 이틀에 한번씩 10∼15명을 끌어내 처형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천명 이상이 이런 식으로 희생됐다는 것이다.
또한 브르츠코의 사바강변에서 지난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 사이에 1천3백50명이 사살되거나 콘크리트 벽돌에 맞아 죽었는데 천둥번개를 틈타 탈출한 목격자 한사람은 『가장 끔찍했던 일은 코가 베어지고 목이 난자된 채 성기까지 잘린 남자의 시체 10구가 일렬로 정돈된 것을 본 것』이라고 증언했다.
또다른 수용소 생존자는 독일국영 제2TV인 ZDF방송에 출연,『세르비아인들이 포로들의 입과 코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죽였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세르비아수용소에 갇혀 있는 부녀자와 어린이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한채 강간과 구타 등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크로아티아에서는 7일 3명의 남자가 AP통신기자에게 보스니아 북부지역에 있는 여러 포로수용소에서 강간과 구타가 자행되고 있다고 폭로했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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