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황 매제민지음 최흥수옮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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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흑룡강 연변의 바크하룬 초원에서 태어난 대만의 원로작가 매제민이 유년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낸 고향 북대황을 회상하며 쓴 시정 넘치는 에세이.
북만주 대륙의 광활한 자연의 모습을 담백하게 그리는 동시에 잃어버린 고향과 가족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 인간 본연의 진실을 그대로 간직한채 자연과 더불어 순수하게 살아가는 유목민들의 삶의 애환을 담아 매우 감동적이다.
낯설게만 들리는 북대황은 백두산에서 흑룡강 북쪽 흑하에 이르는 북만주 땅의 옛이름이다. 일제하 독립운동의 무대가 되었던 북간도는 물론 현재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삼강평야도 북대황의 한 부분이다.
본디 사람이 살지않는 북목의 큰 황무지라는 뜻을 지닌 북대황의 초원은 중국인들의 고향일 뿐아니라 우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고구려 시대에 북대황은 거의 대부분 우리의 영토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18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목장 지역에서의 설맞이, 삼림 속의 장난꾸러기 곰이야기, 초원의 백화점 노릇을하는 낙타행상대, 초원의 혼례식, 장백산(백두산)에서 산삼을 캐는 심마니들, 송하강변의 벌목꾼들, 초원의 무법자 승냥이등 유목민들의 삶의 모습과 전통의식, 갖가지 풍속들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북만주의 그 넓고도 여유로운 땅! 드넓은 초원 위에는 자연과 한몸이 되어 삶을 한껏 누렸던 유목민들의 혼이 뛰놀고 있고, 드높은 하늘에는 그들의 아름다운 꿈들이 살아 꿈틀대고 있는 곳. 별과 햇살과 황혼과 눈과 바람과 들꽃들이 노래하는곳. 땅과 하늘이 맞닿는 낮은 언덕 위는 바람을 맞받고 선 어머니가 집떠난 아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는 곳…』 이처럼 지은이가 추억하고있는 북만주 대륙의 풍정은 이제 아득한 옛날 얘기가 되어버린게 많다.
그러나 산업화로 고향을 잃어버린 이 시대 우리들에게 이책은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줄뿐만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참된 삶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1979년 초판이 나온 이 책은 중국의 중·고교에서 교재로 사용하고 있고 외국어로도 번역되어 일부는 스웨덴의 국정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옮긴이 최흥수씨는 연변 동포작가로 현재 연변 인민출판사 편집인으로 있다.
디자인하우스간, 2백24쪽, 4천5백원. <최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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