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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 보험급여 기간 늘렸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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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이 말은 더 서글프게 가슴에 와닿는다. 일상생활이 곤란한 환자들을 곁에서 수발해야 하는 가족의 고통은 물론 가중되는 치료비 부담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사연을 너무 많이 접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절에 염증이 생겨 연골.뼈를 파괴하는 류머티스성 관절염은 과거엔 불치병으로 인식돼 왔다. 다행히 최근에는 기존 치료제로 고쳐지지 않는 중증 환자에게도 신속하고 강력한 약효를 나타내는 효과적인 생물학적 제제가 많이 나와 희망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약값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고 있지만 보험급여기간이 너무 짧고, 이마저 까다로운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어 사용 가능한 환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환자 치료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싶은 의사 입장에서 약값이나 의료보험 등의 경제적인 문제는 풀기 힘든 고민거리다. 한정된 비용을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해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의료 정책 당국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기에 무턱대고 값비싼 특정 질환 치료제의 보험급여 기간을 대폭 늘려달라거나 선별 기준을 완화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제약사들이 약값을 내리면 되겠지만 단순한 사안이 아니다. 생물학적 제제는 약물의 특성상 대량생산이 어렵다. 또한 치료제 개발에 많은 연구개발비가 투자됐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제약사들의 입장이다.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면 관절 변형으로 평생 불구가 되는 류머티스성 관절염이지만, 조기에 치료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가능하다. 눈앞에 보이는 비용을 따지기보다 환자들이 꾸준히 치료받고 질환을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비용을 절감하는 길이다.

결론적으로 약물의 효과.비용, 사회간접비용 등을 감안해 의료보험 적용 대상.기간을 고려했을 때 류머티스성 관절염 환자의 생물학적 제제 보험급여 기간을 현행보다 연장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훨씬 낫다. 물론 약물의 경제성 연구 결과를 통해 따져보고 평가해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제약사들 역시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약값을 낮추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정부 지원도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신약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활성화해 효과 좋은 약제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더 많은 사람의 치료에 쓸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배상철 한양대 의대 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