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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19) 부산 해운대기장을 한나라당 남충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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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무능과 불신입니다. 이제 전문적인 정책능력을 갖춘, 깨끗한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가야 합니다. 21세기는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어요. 그런 사람들로 인적쇄신이 이루어져야 21세기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기장을에 도전장을 낸 한나라당 남충희(48)씨. CEO(최고경영자) 출신답게 그는 정치도 첨단경영기법을 도입한 ‘국가경영형 정치’가 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냉소적이고 정치를 불신하던 것도 그동안 우리 정치가 고비용저효율의 ‘권력투쟁형 정치’였기 때문이라는 것. 지금은 ‘국가경영형 정치’로 저비용 고효율 정치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이를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는 CEO형 정치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런 관점에서 노무현 정부 역시 독재시대의 유물인 ‘투사형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는 설득·타협·조화·통합의 예술입니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여전히 정치를 투쟁으로 보는 것 같아요. 아군과 적군으로 가르고, 적군은 투쟁·타도·개혁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어요. 정치가 실종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투사형 정치가’를 뽑은 탓 아닐까요? 개혁엔 물론 찬성입니다. 하지만 아마추어리즘은 곤란합니다. 개혁은 달리는 자동차의 바퀴를 갈아 끼우는 것과 같아요. 경험과 전문성이 필수적이죠. 이 두 가지가 보완되지 않으면 앞으로도 노 정부의 미래는 장밋빛일 수 없습니다.”

남씨는 서울대 농공학과를 나와 미 스탠포드대 대학원에서 건설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모교인 스탠포드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91년 34세의 젊은 나이에 쌍용건설 자문역을 맡는다. 98년 가을 IMF 한파로 경제상황이 최악이었을 때 그는 부산시 정무부시장으로 발탁된다. 취임하자마자 그는 부산의 산업구조 개편에 착수했고, 외자·민자유치를 통해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시절 그는 부산의 3대 밀레니엄 프로젝트라 불리는 동부산 관광단지, 서부산유통단지, 센텀시티 개발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해운대 지역 35만평에 첨단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센텀시티 개발사업은 그의 가장 큰 업적으로 꼽힌다. 당시 분양률은 64%로 전국 으뜸이었다.

▶성공의 대명사라 할 만한 남충희씨에게도 뼈저린 좌절의 시간이 있었다. 1976년 대학 3학년 때 친한 후배가 접근해 ‘다방 사업’을 하자고 했다. 뜬금 없이 ‘다방 사업’을 하겠다는 아들에게 당시 교육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묵묵히 푼푼이 모은 돈을 내주었다. 한 학기 등록금이 8만원이던 시절 그렇게 300만원을 쏟아부은 다방 ‘녹지’는 열자마자 문을 닫아야 했다. 전 주인의 사기극에 휘말린 것. 이 일로 그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고 고개도 들 수 없을 만큼 자신감을 잃었다. 그 때 다방 사업을 하겠다는 그에게 실망해 멀어진 여자친구 영숙이 돌아왔다. 그녀와 나눈 영혼의 대화는 그에게 큰 힘이 되었고, 3년 뒤 그녀는 그의 아내가 되었다. 위 사진은 부산정무부시장 시절 유럽상공회의소를 방문한 남씨(왼쪽), 아래 사진은 남씨의 가족. 가운데가 그의 아내 영숙.

서울도 유치하지 못한 프랑스 파리의 ‘프레타포르테’ 패션쇼가 부산에서 열리고, 부산의 영상산업이 한 단계 올라선 배경에도 그가 있었다.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기업의 투자를 기다리는 소극적 경영이 아니라 계획서를 들고 찾아다니는 공격적인 경영이 성과를 거둔 덕”이라고 답했다. 행정에 기업경영 방식을 도입한 것도 주효했다. 그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나가는 기업에 비해 당시 부산의 행정조직은 변화 마인드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런 내부 환경을 바꾸기 위해 그는 직원들로 하여금 철저히 목표관리제(골 세팅)를 지키게 했다. 모든 결재서류에 목표와 달성예정일을 적고, 목표달성 여부를 판단할 평가지표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했다. 이 일로 그는 직원들로부터 ‘악마’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정치인으로 거듭나 부산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21세기 고부가가치 사업인 관광산업 육성 등 부산의 중장기적인 비전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해운대 좌동 신도시는 난개발을 막고 문화적 삶의 질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반면 송정동과 기장군은 교통문제, 그린벨트 완화, 지역 상권 활성화가 시급합니다. 이런 경제적 현안은 하루아침에 해결되지 않아요. 중장기적인 마스터플랜에 따라 차근차근 추진해야 합니다. 부시장 시절 세계적인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얻은 경험과 식견이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21세기 대한민국과 부산을 위해 정당 생활을 오래 한 정치 엔지니어나, 투쟁력이 뛰어난 투사형 정치인을 뽑으시겠습니까? 국제적 안목과 경영 마인드,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를 고르시겠습니까?”

주 진 월간중앙 정치개혁포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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