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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男' 3인방 美의 전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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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1층 어느 화장품 매장. 주부는 물론, 젊은 여성고객의 발길이 멈춘다. 이들의 시선이 꽂히는 곳. 수려한 외모의 남성이 화려한 손놀림을 보여주고 있다. ‘금남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백화점 매장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뷰티 카운셀러에 남풍(男風)이 솔솔 불고 있다.
“얼굴에 스치는 손에서 젊은 남성의 혈기가 느껴져요. 매력적인 미소는 덤이고요.” 마법 같은 손길로 여심을 사로잡는 ‘메이크업 남(男)’의 매력은 무엇일까. 스타일U가 미의 전도사 3인방을 만나보았다.

속눈썹에 10초만 투자하세요

# 베네피트 갤러리아 압구정점 허석철
모델ㆍ운동선수ㆍ포토그래퍼 등 다채로운 이력의 남자 메이크업 아티스트 군단을 자랑하는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 여기에 누나부대를 이끄는 신성 허석철(21)이 합류했다. 언뜻 봐도 피부가 ‘장난’ 아니게 곱다. 더욱 기죽이는 건 이 도자기 같은 피부가 맨 얼굴이란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나의 오랜 꿈이다. 고교 졸업 후 한시라도 빨리 도전하고 싶었으나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하지만 꿈을 포기할 순 없었다. 한국외대에 다니다가 과감하게 자퇴하고 곧바로 미용학원에 등록했다.”
어렵사리 시작한 마이웨이.‘남자라는 이유’로 당황스런 일도 많이 겪었다.
“갤러리아 백화점은 젊고 개방적인 고객이 많은 편이다. 한번은 20대로 보이는 여성이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옷을 입고 와 제품을 발라달라며 가슴을 들이댔다. 심지어 다리에도 발라달라고 요구하더라. 당혹스럽고 언짢기까지 했다. 충분히 자기 손으로 바를 수 있는 부분인데 일부러 장난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끔 ‘피부가 어쩜 이리 곱냐’며 얼굴을 쓰다듬고 만지는 고객도 있는데, 과도한 스킨십은 부담스럽다.”
남녀커플 고객의 일화는 더욱 흥미롭다.
“여자분이 보디 제품을 테스트하고 싶어했다. 스펀지를 사용해 팔뚝부위를 바르고 있는 데 같이 온 ‘남친’이 버럭 화를 냈다. ‘둘이 뭐 하는 짓이냐’며 언성까지 높였다. 결국 여성고객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나가 일단락됐다.”
그는 자신의 피부가 깨끗해야 자신있게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피부 좋다는 말을 워낙 많이 듣다 보니 완벽한 피부에 대한 강박관념까지 생겼다. 그가 쓰는 기초제품만도 12가지다.
여성들이 속눈썹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참 안타깝다. 뷰러를 사용해 속눈썹을 집어 올려주면 눈매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인상이 바뀐다. 10초만 투자해라.” 조언하는 그의 눈매가 피부 못잖게 깔끔하다.

고객의 하루는 내 손끝에 달렸다

# 에스티로더 신세계 강남점 조우현
경력 11년차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우현(34). 이제는 그를 따라 매장을 옮겨 다니는 고객층이 있을 정도다. 특히 여자들의 영원한 숙제인 눈썹 정리로 소문이 났다.
 
-남자 아티스트의 장점은.
“여성 고객들의 시선을 끄는데 유리하다. 여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또 같은 실력이라도 좀 더 후한 평가를 내리는 듯하다.”
-당황스러운 고객은.
“다른 화장품 매장 아티스트의 메이크업 시안을 가져와 똑같이 해달라고 부탁하는 고객이다. 아이섀도와 립스틱 색상까지 일일이 적어와 내밀땐 정말 난감하다.”
-그래서 거절했나.
“물론 아니다. 고객의 하루가 나의 손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면 어찌 그럴 수 있나. 최대한 만족시키려 노력하며 합의점을 찾는다.”
-언제 보람을 느끼나.
“고객이 전적으로 나를 신뢰하고 따라와줄 때다. 서로간에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게 마음을 터놓다 보니 어느새 자녀 교육문제까지 내게 털어놓더라.”
-남자에게 어필하는 메이크업의 비결은.
“일단 눈에 튀는 색조 화장은 많은 남자들이 질색한다. 색조보다는 명암으로 승부해라. 꼼꼼하게 그린 아이라인과 자연스러운 눈썹, 얼굴 윤곽의 음영은 여자를 아름답게 하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여드름 피부의 아픔 내가 잘 알죠

# 키엘 롯데백화점 본점 김훈균
뷰티 카운셀러 김훈균(28). 그의 화장품 사랑은 사춘기 여드름에서 시작했다. 그때부터 누나들의 화장품을 이것저것 발라보다 재미를 붙였다. 그러던 차에 한 백화점에서 만난 남성 상담원이 입문의 자극제가 됐다.
 
-여성동료들 틈바구니에서 겪는 어려움이 있나?
“이 바닥에 뛰어든 자체가 많은 편견을 무릅쓰는 용기를 요구한다. 여자동료들과 융화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자신만의 승부수는 무엇인가.
“여성용 화장품을 쓰는 남자는 있지만 남성용 화장품을 쓰는 여성은 없다. 남성 고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는 그 어떤 여성 상담원도 나를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설득하기 어려운 고객은 어떻게 다루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자기 주장이 강한 고객일수록 그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줘야 한다. 충분한 상담시간을 거치면 상대방 또한 마음을 열고 카운셀러에게 귀기울이게 되더라.”
-손 대기 싫을 정도로 최악의 피부를 지닌 고객이 찾아온다면.
“그 아픔을 잘 알기에 정성껏 도와드리고 싶을 뿐이다. 그들을 환영한다.”
-파우치에 꼭 챙겨넣어야 할 아이템은.
“자외선 차단제다. 땀에 의해 지워지기 쉬운데 스프레이 타입을 수시로 뿌려주길 권한다.”

프리미엄 심준희기자[junes@joongang.co.kr]
사진=프리미엄 황정옥·최명헌 기자[ok76@joongang.co.kr·choi315@joongang.co.kr]

Tip

메이크업ㆍ스킨케어시 여성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눈썹ㆍ볼터치ㆍ보습”. 3인방의 대답이다.
 
-Mr.허: 얼굴을 평면으로 만드는 균일한 농도의 눈썹은 이제 그만. 눈썹 앞머리는 흐리게, 꼬리로 갈수록 짙어지는 것이 정석이다. 섀도를 묻힌 브러시를 눈썹 중간부터 끝머리 쪽으로 빗어준 뒤 여분을 앞머리에 발라준다.
-Mr.조: 볼 터치는 흔히 얼굴 측면에서 앞쪽으로 빗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양인의 얼굴형에는 맞지 않는다. 특히 핑크색 블러셔의 경우 얼굴이 옆으로 커 보이는 역효과가 난다. 블러셔를 묻힌 브러시를 손등에 적당히 턴 뒤 볼의 가장 볼록한 부분부터 옆방향으로 쓸어준다.
-Mr.김: 자신의 피부가 건조하다고 오해하고 있는 여성고객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필요 이상의 유분이 함유된 제품을 고집한다. 열린 마음으로 상담을 통해 정확한 피부진단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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