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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스런 「수서」 철거(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3일 오전에 있었던 서울 수서지구 비닐하우스촌 4백여가구 철거는 여느 철거현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보였다.
「철거」하면 으레 떠오르게 마련인 철거반원들과 주민들간의 대치나 최루탄·쇠파이프·화염병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민들은 철거반원이 오기전에 가재도구를 싸놓고 자진해서 이삿짐차를 불러 떠나는가 하면 철거를 위해 동원된 용역업체의 직원들과 같이 짐을 나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행여 있을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전경 5백여명을 동원했지만 이들은 철거가 끝날 때가지 아무 할 일이 없었다.
철거가 평화적으로 끝난 것은 무엇보다도 철거민을 위한 이주대책마련이 주민들에게 어느정도 받아들여졌기 때문.
서울시측은 수서지구 택지조성사업 발표이후 흘러들어온 주민들중 아파트입주권을 노린 위장전입자를 골라내는 한편 철거후 오갈데 없는 주민들을 위해 몇차례에 걸쳐 이들을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심사를 거쳐 영구임대주택 입주권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또한 여러차례 계고장을 보내 이 지역이 공용택지 조성지라는 점을 강조,철거의 정당성을 설득하며 자진철거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주대책 마련도 없이 무조건 몰아냈다면 우리도 순순히 물러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직 많은 가구가 영구임대주택 입주 심사대상에 올라가 있을뿐 확실히 입주권을 보장받은 상태는 아니어서 불안하긴 하지만 이 정도의 대책이나마 있었기 때문에 철거에 협조한 것입니다.』
일단은 당국의 현실성있는 대책마련과 설득 노력,이에 대한 주민들의 동의가 마찰없는 철거라는 소득을 거둔 셈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일단 철거가 완료된 뒤 당국이 약속했던 대책을 과연 어느정도 성실히 수행할는지 불안감을 말끔히 털어내지 못하는 모습이어서 평화로운 철거가 완전히 끝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듯 싶었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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